역사 저술가 이상각 신작 '조선징벌' 일본 정한론-침략자 중심 배경 탐구

고전(古典)의 탁월한 재해석으로 현대 사회를 냉철하게 꿰뚫어보는 시인이자 역사 저술가인이상각이 신작을 내놓았다.

‘조선 징벌’(유리창)은 조선이 왜 허무하게,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무너져버렸는지, 그 배경이 무엇인지 탐구한 책이다.

일본의 조선에 대한 시각에 초점을 맞춰, 조선정벌을 기획한 정한론과 그것을 실행한 침략자들을 다룬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빼앗긴 조선은 1910년 병탄으로 군사, 정치 등 모든 국권을 빼앗겼다.

일본은 조약을 통해 합법적으로 나라를 합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국제관례상 조약은 위임, 조인, 비준의 3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을사늑약도, 한국병합도 조약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고종은 을사늑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비준하지 않았고, 순종도 병합 조약안을 비준한 적이 없다.

외부대신 박제순의 직인으로 을사늑약 절차를 대신했고, 이용구, 송병준 등의 합방청원 매국행위와 불법 절차로 일본에 병탄됐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식민사관에 휩싸여 제대로 진실을 마주할 기회를 놓쳤다.

우리는 절차와 관계없이 36년간 일제의 지배를 받았으며 일본의 태평양 전쟁 패전으로 국권을 되찾았다.

허약한 왕, 사대주의에 찌든 고위관료의 무능과 매국세력이 합작하여 벌인 일이고, 국민은 분노와 고통만 떠안았다.

자주권을 가진 정부라면 식민 통치 행위의 불법성을 따져 물어야 하고, 사과와 배상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잊지 않아야 할 외교 쟁점이다.

그러나 이 책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본의 불법성만 다루지는 않는다.

조선이 왜 허무하게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무너져버렸는지, 그 배경이 무엇인지 깊이 탐구한다.

일본의 조선에 대한 시각에 초점을 맞춰, 조선정벌을 기획한 정한론과 그것을 실행한 침략자들을 다뤘다.

지금 일본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일본은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며 패전 후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독도와 자오위다오(센가쿠 열도) 등에 대해 끊임없는 영토분쟁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1854년 개항 이후 제국주의 학습을 통해 정한론과 동아시아 건설을 얘기하던 메이지 시대와 닮았다.

우리가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메이지 무쓰히토, 요시다 쇼인, 사이고 다카모리, 니토베 이나조, 야마가타 아리토모, 이토 히로부미, 이노우에 가오루, 우치다 료헤이, 데라우치 마사타게, 하세가와 요시미치, 고이소 구니아키, 후쿠자와 유키치, 사이토 마코토, 미나미 지로, 쇼와 히로히토 등 15명의 정한론자 및 제국주의자와 조선에 우호적이었던 야나기 무네요시, 가네코 후미코, 후세 다쓰지, 아사카와 다쿠미 등을 다룬다.

개항 이후 일본 근현대사도 엿볼 수 있다.

성찰하고 대비하지 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을사늑약 110년, 한국병합 105년, 광복 70년이다.

정부는 광복 70년을 맞아 14일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했다.

지금 극장에서는 독립군의 친일파 처단을 다룬 영화 ‘암살’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

청년은 물론이고 장년들도 일제에 의한 치욕은 기억 너머로 사라지고 있다.

분통을 터뜨리자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알고 가슴에 새겨두자는 것이다.

겨우 광복 70년이다.

일본은 조선정벌을 민관군 합동으로 60여 년 준비했다.

저자는 우리에게 책으로 말한다.

이제 우리가 그들을 공부해야 할 차례라고 말이다.

/홍민희기자 h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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