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성 전라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나는 옛날 물건에 대해 감정을 하는 한 방송사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한다.

몇 년 전으로 기억한다.

그 날도 어김없이 의뢰인과 감정인들 사이에 미묘한 심리전으로 방송의 재미는 더해갔다.

한 의뢰인이 안중근의사가 여순감옥에서 남긴 작품이라면서‘敬天’이라는 글씨에 네 번째 손가락의 한 마디가 잘린 손바닥을 찍어 넣은 것을 가지고 나왔다.

그런데 감정가가 0원이 나왔다.

출연진들은 모두 술렁거렸다.

아마 TV를 보는 시청자들도 모두 의아해했을 것이다.

감정을 맡은 한 전문가께서 이렇게 말을 하였다.

“감히 내가 이 작품에 값을 매길 수 없다.”  

광복7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8월 15일 광복절이 다가왔다.

이때가 되면 누구나 애국자가 되는 건 당연하다.

요즈음 1930년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암살이 곧 천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영화관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영화“명랑”의 경우처럼 왠지 애국심을 끌어내려고 포장하지는 않았지만 광복 70주년을 맞춰 일제 강점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 영화다.

나라가 없다는 슬픔이 어떤 건지, 나라를 되찾으려고 노력했던 독립 운동가들의 불굴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우리 전라북도는 어떠한가? 구한 말 최익현 선생과 임병찬 선생이 을사조약에 항거하며 항일 의병운동의 깃발을 올렸던 곳이 정읍이고, 일제에 의한 경제적 수탈이 가장 극심했던 지역이 우리 지역의 곡창지대였으며, 일본의 대지주와 수리조합의 수탈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저항이 가장 활발하게 벌어졌던 곳도 전북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광복절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어 부끄럽기 그지없다.

최근 우리사회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문제, 소위 먹고 사는 문제가 중시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정신․문화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소홀해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살면서 자신의 근원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우리선조들이 기나긴 일제치하에서도 우리의 말과 글, 우리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 계몽운동을 펼치고, 우리의 국토를 되찾기 위해 독립전쟁을 하는 노력을 하였기에 지금의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갖고 대한국민으로서 살고 있다.

이러한 특별한 시기에 전라북도에서는 삼국시대 백제와 일본의 교류를 시작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침략, 일제 강점기 식민지 경제의이해, 최근 일본의 우경화와 교과서 문제를 등을 살펴보고자 광복70주년 특집으로 “일본을 다시본다”는 역사문화강좌(8.12~8.15, 미륵사지유물전시관)를 운영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균형잡힌 역사의식을 기르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2001년부터 2014년까지 14회에 걸쳐 1,136명이 수강하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주역사박물관에서도 전북지역의 항일의병과 독립운동운동을 되돌아보고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애국지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주제로 전시회(7.23~10.11)를 열고 있다.

또한 완주군에서는 도민들에게 친숙한 생활속의 무궁화 꽃을 감상하는 “나라꽃 무궁화 축제”(8.14~16/ 고산자연휴양림)가 개최되고 있으니 광복의 기쁨을 맞이하여 가족과 함께 다녀옴도 좋을 듯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생활에서 쉽게 애국하는 길은 나라사랑 태극기달기 운동을 통해 전 가정과 직장에서도 태극기 달기에 적극 참여하는 일이다.

이제 입추가 지나고 오늘이 말복이다.

가을을 생각하니 마음속으로부터 이 찌는 듯한 무더위가 한풀 꺽이는 듯 하다.

올 가을을 위하여 바쁜 시간을 쪼개어 역사책 한권을 읽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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