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헌승 전북도청 경제분석자문관 (한국은행 파견)

‘지금’은 누적된 시점(stock)이지만, 현재의 큰 흐름(flow)을 피할 수가 없다.

지금은 저성장기이며 불확실성도 크다.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경제는 회복세이나 금리인상 후폭풍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유럽은 그리스 사태 등으로 경제회복이 불확실하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일관된 엔저정책 등으로 이겨낼 기세다.

우리경제와 밀접한 중국은 성장세 감속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에선 수출 감소와 메르스에 따른 소비 격감 등으로 저성장이 염려된다.

그래서 정부는 추경을 편성했고, 한국은행도 사상 최저수준인 1.5% 정책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소위 ‘3% 경제’인 우리 전북도 이런 큰 ‘흐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엔저의 지속과 급격한 경제활동의 위축이 우리 전북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중소기업과 영세상공인이 더 심각하다.

고기잡이로 치면, 지금은 그야말로 흉어기다.

기업의 판매와 이익이 줄어들고, 금고는 비어간다.

자칫하면 개인은 포기하고, 사회는 갈등과 암울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만 보면서 한숨짓고 있을 순 없다.

우리 전북엔 지금 꿈과 희망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보다 ‘미래’를 보아야 하고, 미래의 풍어기를 위해 낡은 그물을 더 잘 수선해야 한다.

‘지금’은 과거의 누적이다.

지금 ‘보이는’ 문제도 그렇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

그런 체계적인 문제가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를 파악하지 못하면, 흉어기인 지금은 물론 다가올 풍어기엔 더 큰 고기를 놓친다.

사실 모든 문제는 과거의 잘못된 의사결정의 누적이다.

비전문성이 판치는 ‘의사결정시스템’이 문제를 키웠고, 조급성으로 그득한 사회문화가 이를 악화시켰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하루살이 전문가의 활약상은 물론 잘못된 의사결정에 따른 갈등과 대립을 수시로 본다.

예컨대 ‘수요를 무시한 공급’인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보라. 여기엔 대박을 부추긴 사이비 전문성과 단기성과를 쫓은 집단적 조급성이 버무려져있다.

수요를 합리적으로 분석하지도 않고, 단기성과를 추구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지역에도 그런 의사결정이 보이지 않게 ‘관행’과 ‘문화’라는 잘못된 체계로 숨겨져 있어 염려가 적지 않다.

보이는 ‘지금’에 치중하니, 보이지 않는 ‘미래’의 기획은 늘 숨차다.

시장·군수가 바뀌면 정책도 급변한다.

소수그룹의 이해에 치우쳐 공동체 전체의 이익과 미래세대의 부담을 간과한다.

전주종합경기장개발이 대표적이다.

사실 여기엔 비전문성·조급성·집단사고(group-think)·폐쇄성이 비빔밥처럼 버무려져있다.

앞으로 이 문제는 더 악화되고, 늦어진 시기도 더 지연시킬 것이다.

무엇보다도 폐쇄성이 자본의 유입을 가로막아 미래세대에게 막대한 부담을 지울 것이다.

공공예산 1,000∼2000억원의 기회비용을 생각해보라. 그 막대한 돈으로 문화·관광·복지 등 미래 사업을 살찌우면 그 소수그룹에게조차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지 않겠는가! 아쉽게도 사회적 가치시스템(존재수준)은 작년 세월호사태 때나 메르스가 횡행했던 올해도 여전히 높지 않다.

우리는 지금도 ‘보이지 않는’ 장기가치를 제쳐놓고, ‘보이는’ 단기성과만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전북의 미래는 과거와 다르다.

매우 희망적이다.

삼락농정, 토탈관광, 탄소산업 등의 잠재력이 무한하기 때문이다.

농·생명산업, 한문화(韓文化)가 담긴 관광, 미래 산업의 쌀인 탄소 소재 및 융·복합 산업, 새만금 개발 등에 미래가 좌우될 것이다.

지금 어렵다고 과거를 한탄하며, 그 누구를 탓할 수는 없다.

변화를 예비하지 못했던 과거를 반복하란 법도 없다.

미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각종 조직의 ‘지배구조’(governance)를 개선해야한다.

좋은 의사결정이 좋은 성과를 낳기 때문이다.

둘째, 공공예산 투입시 기획 단계부터 ‘수요자’를 참여시켜야한다.

수요자만이 정책과 사업을 바로 평가할 수 있다.

그래야 정책의 연속성도 유지된다.

셋째, 기존의 공공부문 직영/위탁 사업을 점검·정비하고, 입장료·사용료 등의 가격정책을 재고하며, 비즈니스마인드를 높여야한다.

지방교부세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지금’이 곧 그때다.

그래야 줄어들 예산으로 문화·관광·홍보·복지 등에서 새 사업을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

끝으로 행정과 교육의 협업체계를 구축해야한다.

그래야 사회적 가치시스템을 향상시킬 수 있다.

사실, 우리 전북은 재정자립도가 낮다.

그래서 우리는 예산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예산사업이란 그물을 꼼꼼히 수선해야한다.

그래야 한정된 예산을 잘 배분해서 신뢰를 높이고, 미래에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어려운 ‘지금’이 바로 그 적기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