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태문 목사

북한의 ‘최후통첩’이 선언되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가운데 국민들 역시 평상시처럼 평온한 모습으로 생활은 하고 있었지만 북한의 그 동안의 행적을 생각하고 지금의 지도자인 김정은의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적 행동으로 필자와 같이 마음 한편에는 원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거라는 염려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남북이 대화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대북 확성기 방송 때문이었다.

북한의 DMZ 지뢰도발이나 서부전선 포격도발 이전에도 남한 국민들의 마음에 흠집을 만들었던 군사적 도발이 있었고 이번에도 의도적이었든 우발적이었든 결정적으로 한반도에 최고조 위기 상황을 만들어낸 북한이 대화제의를 한 이유는 ‘북한으로의 정보의 전달과 최고 존엄에 대한 흠집 내기’를 중단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전방 지역 11곳에서 가동 중인 확성기 방송은 출력을 최대로 하면 야간엔 약 24㎞, 주간엔 10여㎞ 거리에서도 방송 내용이 들려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이후 우리 군은 확성기 방송의 기존 형식을 벗어나 북한 군부 인물 처형 등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 지구촌 소식, 날씨 정보, 음악 등 이전보다 다양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폐쇄적 사회체제를 가지고 있는 북한의 정보전달은 아직도 최하위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여 주민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고 있어 남한의 확성기를 통해 전달되는 새로운 정보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정보가 가지는 위력은 그만큼 크다는 것이 입증된다.

북한의 폐쇄적 환경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기 때문에 언젠가 정보의 순환과 함께 체제붕괴로 연결될 것이다.

북한의 그러한 사정으로 인하여 북 측 대표단은 대북 방송을 중단시킬 엄명을 받고 대화에 임한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도저히 대화 테이블을 떠날 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 접촉은 유례없는 무박4일, 43시간 마라톤협상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러한 상황의 전개 가운데 국가를 염려하는 전방의 젊은 군인 육군 7사단 독수리연대 소속 전문균(22)·주찬준(22) 병장은 전역 후 제주도 기념 여행까지 계획했지만 북한의 도발로 일촉즉발 상황이 전해지자 “대한민국 최전방을 수호해왔다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끝까지 나라를 지키겠다”며 망설임 없이 항공권을 취소하고 전역 연기를 신청했다.

이를 선두로 국방부 조사 결과, 북한의 지뢰 도발 이후 전역 연기를 신청한 장병은 모두 88명으로 집계됐다.

북한의 지뢰도발 직후 인터넷에는 “예비군복과 군화를 준비했다.

언제든 불러만 달라” “나는 특등사수. 전우애가 불탄다” “우리 다같이 평양에서 만나자” 등의 SNS를 통한 격문(檄文)이 쏟아졌다.

안보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받은 20~30대의 놀라운 변화다.

국민안전처 여론조사 결과 20대의 78.9%, 30대의 72.1%가 “전쟁나면 참전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와중에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이 국가정보원과 새누리당의 자작극이라는 내용, 미국이 21일자로 군사 작전권을 가져갔다는 내용,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이 국정원 해킹의혹 '상쇄 아이템'이라는 내용, 북한군 포격은 청와대와 국방부의 음모라는 내용의 루머가 유포되기도 하였다.

국가가 숲이라면 개인은 그 숲을 이루는 나무이다.

숲을 이루는 개개의 나무는 전체의 숲을 조화롭게 조성하기 위한 개체가 되어야 한다.

나무 하나만 생각한다면 숲 전체의 조화를 깨뜨리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렇다고 나무 하나 하나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튼튼한 나무 하나 하나가 전체의 숲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나무는 전체 숲을 위한 개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무도 보고 숲도 봐야만 한다.

전역을 연기한 젊은 군인의 결심을 들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역시 숲인 국가를 이루는 나무와 같은 존재이다.

숲의 구성원으로서 나무의 역할을 자원한 것이다.

개인의 목적과 장래를 위한 계획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 쉬운 것이 아니기에 그들의 나라를 위한 결단이 너무나 소중하고 대단하게 느껴진다.

일부 부적절한 루머의 유포에도 불구하고 남남 갈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북한의 의도한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보여준 모습이기도 하다.

한반도는 아직 남북으로 대치되어 있는 휴전상태의 상황이다.

국가의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여 루머를 유포하는 것으로 분열을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나무도 보고 숲도 봐야만 한다.

남북의 준전시상태에 준하는 긴박한 대립의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도 길게 느껴진 것은 그만큼 원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 남북이 좀 더 진정성을 가지고 미래지향적인 협상이 계속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결되었던 43시간의 마라톤협상이 전화위복의 큰 계기가 되어 발전적인 결과를 만드는 전기(轉機)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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