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희 도의원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은 말 그대로 모두를 위한 보편적인 디자인을 뜻하는 것으로 ‘유디(UD)’로 약칭하기도 한다.

1980년대 미국의 로널드 메이스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사용하고 주창한 개념인데 그 스스로 휠체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유니버설디자인에 착안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유디가 무(無)장애 디자인 즉, 베리어프리 디자인(barrier-free design)과 같은 개념은 아니다.

베리어프리가 장애인과 노약자 등 특정 집단이나 계층에 국한된 디자인 개념이라면 유디는 베리어프리를 넘어 보편적 이용을 지향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지하철 역사의 지하와 지상을 연결하는 휠체어리프트나 엘리베이터는 베리어프리 디자인을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지만 투자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

노약자나 장애인 전용으로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역사를 짓는 과정에서 추가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이용자 입장에서도 전용 시설물을 이용하게 됨으로써 내 자신이 누군가와 자연스럽게 구분된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 때문에 일정한 위화감을 조성하기까지 한다.

요컨대, 베리어프리 디자인 개념이 처음 알려졌을 때만 해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혁신적인 개념으로 인식됐지만 갈수록 베리어프리의 한계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유디는 바로 베리어프리 디자인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복잡한 절차 없이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유디에서 강조되는 일곱 가지 원칙을 보면 이것이 이전의 디자인 개념과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

유디의 7대원칙은 첫째, 평등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그 누가 됐든 같은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이용의 융통성이다.

다양한 사용자가 특정한 환경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자유롭고 용이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직관적 사용이다.

유디는 복잡한 절차 없이 직관적으로 사용 가능하도록 한 눈에 이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넷째, 효과적인 정보전달이다.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는 잠재적인 실수에 대한 배려로, 잠재적인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혹시 모를 실수나 사고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신체의 노력을 절감시키는 것이다.

이용자가 자신의 신체에 별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은 접근 및 이용가능성을 고려한 크기와 공간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베리어프리 디자인은 2.0 버전의 시대, 유니버설 디자인은 3.0 버전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를 특정 집단으로 상정하고 이들에 대한 배려를 고려하는 수준에서 모든 사람이 구분 없이 범용적으로 접근하고 이용가능한 수준으로의 전환인 것이다.

유디 개념은 이미 서구를 중심으로 크게 확장되고 있고 제도적 도입이 실현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반적인 제품에서부터 건축 및 시설물 등 유디를 적용하는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유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얼마 전 필자는 ‘전라북도 유니버설디자인 기본 조례“를 대표 발의했다.

미력이나마 우리 사회에서 유디가 첫 걸음을 내딛는 데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물론 조례 하나로 현실이 많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의 우를 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소한 조례 제정을 계기로 해서 유디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행정의 정책적 관심이 제고되기만 한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인식의 개선이 전제되어야 이후의 과정들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사회 구성원을 수평적이고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보는 태도, 그리고 이러한 태도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차별 없이 구현될 수 있는 사회.

유디 개념과 유디 조례가 공평 사회를 앞당기는 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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