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마음의 불 지피다
혼불, 마음의 불 지피다
  • 박정미
  • 승인 2015.10.01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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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남원 배경 우리말 되살리고 풍속 정리··· 원뜸-중뜸 마을등 보존 '혼불' 감동 고스란히
▲ 남원시 사매면 노봉리에 위치한 혼불문학관은 소설속 마을, 실개천 등이 온전히 보전돼있어 혼불 무대를 직접 체험 할 수 있다.

남원으로 향하는 4차선의 도로를 달리다 보면 혼불문학관이라는 이정표가 파란 하늘에 매달려 있다.

장시간 길 위에서 시달린 몸과 마음을 쉬어갈 요량으로 옆길로 빠져나오면 사매면 서도리에 있는 폐역을 만나게 된다.

소설 ‘혼불’에서 막내 종부 효원이 시댁 마을 땅을 처음 밟던 서도역이며 강모가 전주를 오갈 때 기차를 이용했던 곳이기도 하다.

한적한 시골 길을 따라 좀 더 올라가면 노적봉 아래 자리한 혼불문학관을 만날 수 있다.

 

<최명희 소설의 무대가 되었던 서도역>

몸 안에 있는 불덩어리: 혼불 혼불이란 우리 몸 안에 있는 불덩어리라 합니다.

사람이 제 수명을 다하고 죽을 때 미리 그 몸에서 빠져나간다는 혼불은 목숨의 불, 정신의 불, 존재의 핵이 되는 불꽃입니다.

최명희 작가의 소설 ‘혼불’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재생시켰고 풍속사를 정리했으며, 무대는 1930년대부터 43년까지였습니다.

혼불의 배경이 남원이어야 했던 이유는 남원의 역사성, 저항의 터, 절개의 고장(춘향), 변화욕구의 발원지(실상사, 이성계, 동학(최제우, 김개남), 국난극복의 아픔(만인의총, 지리산), 풍류의 터(판소리, 도자기), 고전문학의 산실(춘향전, 흥부전, 변강쇠가, 만복사저포기)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남원땅은 한국의 상징성, 대표성, 역사성을 간직한 곳이며 동시에 작가의 고향으로 정신적 지주였던 곳이기도 합니다.

 

<10월 9일~10일 이틀간 혼물문학관 일대에서 혼불문학 신행길 축제가 열립니다.

혼례재연부터, 체험 및 단자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올해 두 번째로 치러지는 신행길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먼저 반기는 혼불문학관 주차장에 차를 두고 이제부터는 느긋한 산책길에 나섭니다.

혼불문학관이 자리한 남원시 사매면 노봉리는 소설 속 이야기의 주 무대인 원뜸과 중뜸 일가 마을, 타성바지들이 살던 아랫몰 마을이 있고, 실개천, 대숲, 저수지도 온전히 보존돼 있어 소설의 감동을 눈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종부 3대(청암부인, 율촌댁, 효원)가 살던 원뜸 종갓집과 소설 속에서는 반촌의 외곽지대였던 ‘거멍굴’과 ‘고리배미’는 매안 이 씨의 집성촌인 상신마을입니다.

작가가 “소쿠리 안에 들만치 도래도래 모여 앉은 납작한 초가집들”이라고 표현한 거멍굴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천민촌이었다는 사실이 이곳 사람들을 떠나보냈기 때문입니다.

거멍굴은 무산마을, 고리배미는 인화마을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고향에서 찾는 여유

<누마루에 앉아 노적봉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차 한 잔 하고 가세요~^^>

계단을 오르면 너른 잔디밭을 감싸고 단정하게 자리 잡은 문학관 건물을 만납니다.

멀리 뒤로는 소설에도 등장하는 호성암을 품은 노적봉이 우뚝합니다.

따스한 햇볕에 가을이 토실토실 익어가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문학관을 둘러보고 나오면 마당 한가운데 정갈하게 자라는 소나무 한그루 있습니다.

소나무 건너편에 자리한 누각에 올라서면 저 아래로 들과 산이 그윽합니다.

솔솔 부는 바람 벗 삼아 누마루에서 차 한 잔 마시다 보면 청량한 풍경소리도 들리겠지요. 아이들과 함께라면 나무에 소원 쓰기를 체험해도 즐겁지 않을까요. 아니면 다른 이들의 바람을 살짝 엿보는 것도 재미있겠죠.

 

<가족의 건강을 기원해도 좋고, 하고있는 일의 성공도 좋고 그 외에 소원도 좋습니다.

바람을 적어보고 가세요>

문학관 옆으로 살짝 돌아서면 아기자기한 산책길을 만납니다.

뒤뜰에는 모과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자그마한 잔디정원에는 쉬어 갈 만한 벤치와 그네가 있습니다.

잠깐 소풍으로도 좋을 뒷마당에서 그네를 타며 깔깔거리다 보면 멀리 작은 저수지 하나가 보입니다.

청호지라는 소설 속 청암부인이 만들었다는 저수지를 둑길 따라 걸으면서 가을꽃들을 만나도 좋겠지요.  

 

<문학관 옆쪽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을 쭉 따라 걷다보면 2년여에 걸쳐 만든 청호저수지가 보입니다>

청호저수지는 비산비야 사질토로 물이 부족하여 농사짓기가 어려워 만든 저수지입니다.

'마을 서북쪽으로 뻗어내린 노적봉과 벼슬봉의 산자락 기맥을 가두기 위해 큰 못을 파고 그 갇힌 기운이 찰랑찰랑 넘치게 한다면, 백대천손의 천추락만세향(千秋樂萬歲享)을 누릴 만한 곳이다' 하여 청암부인은 실농한 셈 치고 2년여에 걸쳐 만들었다 합니다.

저수지를 파다가 동서로 열다섯 자 네치, 남북으로 열넉 자 두치에 이르는 보면 볼수록 엎어놓은 조갑지(조개) 형상인 실로 거창한 조개바위가 나왔다는데, 사람들은 이 바위가 이 씨 문중과 종가는 물론이거니와 온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될 것으로 굳게 믿었답니다.

 

 

<누마루쪽에서 바라본 혼불문학관. 푸른 잔디밭과 올곧은 기와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혹여 시간이 여유롭다면, 문학관 뒤쪽으로 보이는 길을 따라 마애여래좌상을 볼 수 있는 노적봉에 올라도 좋을 듯합니다.

전라북도문화재자료 제146호로 지정된, 노적봉 아래 호성암 터의 자연암벽에 조각된 마애불입니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노출되었음에도 전체적으로 양호한 상태로 육계는 없는 듯 작고, 머리는 나발(소라 모양으로 된 여래상의 머리카락)이며, 귀는 길어 어깨에 닿을 정도입니다.

눈은 가늘고 눈썹이 선명하게 표시되었으며, 코가 큰 데 비해 입은 아주 작게 표현되어있습니다.

얼굴표정은 상당히 긴장된 모습이며 가슴에 모아 쥔 두 손으로는 연화를 받들고 있습니다.

고려 초 작품으로 추정되며 호성암의 연기설화와 더불어 불상에서 풍기는 격조 높은 고유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불상입니다.

고향 가는 길목에 있는 남원혼불문학관.

오랜만에 찾은 고향의 정기를 혼불문학관에서 받아가세요~^^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시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랑 즐거운 대화 많이 나누시길 바래요.

 

남원혼불문학관 이용안내 : 매주 월요일은 휴무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다음날 휴관)

문의 :063-620-6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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