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헌승 전라북도 경제분석자문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

이 속담처럼 개인의 경험과 기억은 심리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특히 쓰라린 과거는 ‘피해의식’으로 남아 그 부정적인 영향을 더 키운다.

사회경제적인 약자일수록 쌓여진 불신 때문에 염려를 더 키우는 경향을 보인다.

또 그 쓸데없는 염려는 자신감을 더 약화시키거나, 비합리적인 오해를 낳아 비생산적인 대응도 초래한다.

우리 전북에도 이런 속성을 지닌 이슈가 있다.

바로 기금운용본부 ‘이전’ 문제이다.

기금운용본부의 ‘이전’과 논란중인 그 체계의 ‘개편’은 분명 다른 문제이다.

전자는 전북으로의 ‘이전’을, 후자는 공사(公社)로의 ‘개편’을 말한다.

이미 국민연금법에서 그 소재지를 전북으로 규정했으니, ‘이전’에 대한 염려는 사실 기우(杞憂)이다.

물론 앞으로 그 ‘개편’ 논의 과정에서 ‘이전’ 문제가 럭비공처럼 튈 수는 있다.

그런 불확실성이 실재하는가? 그렇다.

그것을 나는 실제로 목도하고 경험했다.

지난 ‘개편’ 정책토론회(7.21, 서울)에서 토론자 및 사회자가 ‘전주로의 이전’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나는 발언권을 얻어 질타했다.

이 토론회의 의제가 ‘전문성’과 ‘수익성’인데 이미 법률로 규정된 ‘이전’을 또 달리 거론하면, 과연 누가 정부나 전문가를 믿겠는가! 결국 사회자가 사과했다.

하지만 거기서 드러난 인식의 차이는 그 ‘개편’을 더 정확히 이해하고, 그 ‘이전’을 더 잘 지원해야할 필요성을 매우 크게 부각시켰다.

이 ‘개편’론의 요지는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국내 채권투자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주식·부동산 등 해외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기금운용인력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해외고급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며, 현행 조직체계를 공사로 확대·개편함으로써 결국 국민의 연금부담률을 경감시키자는 것이다.

토론 중에 고수익 추구의 위험성이 커질 염려가 많았고, 그 지배구조 등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사실 이미 500조를 넘은 세계 3대 기금이자 향후 4배 이상 더 커질 기금규모를 감안한다면, 그 본부를 잘 ‘개편’해서 그 역량을 높일 필요성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래도 이를 ‘이전’과 연계하여 과도한 염려를 품는 것은 그야말로 기우인 것이다.

하지만 해외 투자전문가 등 고급인력 확보 논리가 그 ‘이전’과 연관되고 있는 현실도 우리 전북은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전주’는 해외고급인력 확보에 서울보다 더 불리하다는 논리로 벌써 포장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고급인력은 이미 서울에 있는 기금운용본부에서도 기꺼이 근무하려고 하지 않았다.

즉 문제의 핵심은 중앙 대 지방이라는 차별적인 ‘입지’가 아닌 것이다.

사실 고급인력 유인의 본질은 ‘근무 및 정주여건’이다.

그 여건은 바로 바람직한 지배구조, 공정한 성과평가시스템, 수평적인 조직문화, 국제금융시장에 합당한 보수수준, 글로벌 인재의 양성이 가능한 교육환경, 개방적인 사회문화 등이다.

이런 여건 면에서 전주는 분명히 서울보다 더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또 서울에 집중된 금융네트워크와 고급인력이 지방 이주를 싫어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여건과 세력이 그 ‘이전’의 불확실성을 부추기는 현실을 누가 부정하겠는가! 그러면 우리는 과연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하는가?   강조컨대 기금운용본부 ‘이전’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사실 그 체계 ‘개편’도 핵심이 아니다.

그 정수(精髓)는 바로 혁신도시의 ‘국제금융센터로의 발전’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이를 위한 명확한 비전과 실현가능한 전략을 마련하여 도민은 물론 이해관계자와 공유하고 있는가?

해외든 국내든 고급인력을 충분히 유인할 수 있도록 ‘서울’보다 더 좋은 개방성·교육·문화·컨벤션·환경·교통 등을 지닌 ‘국제도시’ 건설 계획이 있는가?

혁신도시에 영어/중국어 ‘국제학교’ 유치계획은 있는가?

기금운용본부 ‘이전’ 후 곧 바로 국제컨퍼런스를 공동 개최할 수 있는가?

그 기금이 새만금, 탄소산업, 농·생명산업 등 역내에서 투자할 수 있는 중장기 금융상품을 기획하고 있는가?

과연 이런 구상과 기획을 위한 전담조직과 고급인력은 있는가?

이런 질문에 충분한 답변과 구체적인 대책이 있어야 그 ‘개편’ 문제의 핵심과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 ‘이전’에 대한 쓸데없는 염려를 잠재우고, 괜히 헛된 힘과 시간을 쓰지 않을 수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내년 10월이면 이전한다.

우선 각종 이전 관련조직의 명칭부터 ‘대응’에서 ‘지원’으로 바꾸자. 그리고 더 체계적으로 그 ‘이전’을 최대한 지원하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