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지어진 오래된 가정집 무게 걱정에 지푸라기 지붕 얹고 싸리문-흙담으로 재정비 황토벽 보수-벌레 처리도 일일이 수차례 거절 후 숙박시설 등록 관광객-해외서도 인기 폭발 "자연주의 가치 알아줬으면"

▲ 완산구 오목대길로 황금빛으로 물든 집 한 채, 3칸 정도의 아담한 초가집이지만 정갈한 맛이 일품이다.
▲ 한옥마을의 유일한 초가집의 주인 김근수(35)씨는 부모님이 물려준 집을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손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전주한옥마을은 이름 그대로 700여 채의 전통 한옥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전주시 완산구 교동과 풍남문 일대에 펼쳐진 수 백 채의 한옥 능선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평온한 마음이 깃든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 한옥기와집만 있는 것은 아니다.

7만 평이 넘는 넓은 한옥마을에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집이 있다.

바로 민속촌에서나 볼법한 초가집이 그 주인공이다.

완산구 오목대길로 약 50m 정도 걸어 들어오면 황금빛으로 물든 집 한 채가 눈에 띈다.

3칸 정도의 아담한 초가집이지만 정갈한 맛이 일품이다.

촘촘히 엮어진 지푸라기 지붕은 아침햇살을 머금으며 반짝반짝 빛이 나고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리는 싸리문은 TV사극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처음부터 초가집은 아니었다.

97년 전에 지어진 가정집으로 인근 개인주택 중에선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슬레이트 지붕의 평범한 집이었다.

아마도 처음엔 기와를 얹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집이 오래됨에 따라 무게를 견디지 못해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꿔 단 것으로 보인다.

기와집으로 다시 만들려 했지만 너무 오래된 탓에 안쪽 기둥까지 썩어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했다.

대안책을 찾던 중 떠오른 것이 초가집이었고 지푸라기 지붕이라면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탄생한 집은 한옥마을 유일의 초가집이 됐다.

초가집이라는 컨셉에 맞게 철제 문도 싸리문으로 바꿨으며 담도 시멘트를 허물고 흙담으로 재정비 했다.

이 모든 일을 담담히 해낸 사람은 앳된 외모의 김근수(35)씨. 부모님이 물려준 집인 만큼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손을 거쳐 지금의 초가집을 만들었다.

“한옥마을의 유일무이한 초가집이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은 늘 쏟아지고 있다”며 환히 웃는 그는 초가집이 예뻐 보이는 만큼 많은 손이 가는 깐깐한 집이라고 귀띔해준다.

“자연소재로 만든 집이다 보니 황토벽을 보수하는 일부터 벌레들과의 사투까지 모든 것을 책임져야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소명의식이 없다면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바지런하고 손끝이 야문 그가 매만진 덕에 오래된 집이지만 낡았다는 느낌보다 예스러움이 먼저 느껴진다.

워낙 관리가 잘 돼 관광객들이 시에서 운영하는 체험공간인 줄 아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지금은 어엿한 한옥마을의 대표 숙박 공간이 됐지만 처음엔 수 차례 신청을 거절당했다.

한옥기와집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문화체육관광부에도 문을 두드렸다.

“한옥의 정의에 대해 정식 요청을 하기도 했다.

그러니 한식기와 등 자연재료를 이용한 지붕을 사용한 집이라면 한옥에 포함된다는 답변을 얻었다.”

그렇게 한옥마을에 자리잡은 초가집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올해엔 해외 배낭여행객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여행 잡지에 전주에선 전통숙박지로는 최초로 소개되는 등 날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젊은 대표로서 초가집을 일궈가는 그가 바라는 초가집의 미래가 궁금했다.

“단순히 숙박시설로만 기억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초가집도 충분히 문화코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특히 한옥마을을 찾는 수 많은 젊은 관광객들이 초가집이 가진 자연주의의 가치를 알아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옥마을의 황금빛 존재감이 되고 있는 초가집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홍민희기자 h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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