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국에 집중하는 동안 잠복상태로 있던 당내 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교과서 정국이 다소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자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지도체제, 총선 공천방식 등을 둘러싼 주류, 비주류 간 마찰이 다시 표출되며 당내 파열음을 내고 있다.

비주류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은 9일 오찬 회동을 하며 문재인 대표의 거취를 포함한 당내 현안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민집모 소속 문병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문 대표가 내년 총선의 승리 비전과 전략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런 것을 할 수 없다면 다른 분에게 대표를 맡기는 게 옳지 않나라는 입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분당 가능성에 대해 "이런 식으로 가서 총선 승리를 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민집모는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통합전당대회 개최를 일순위로 보고 있고,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현재 지도부가 2선 후퇴하고 대표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통합 선대위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문 대표가 통합선대위에 참여하더라도 공동선대위원장의 한 명인 'N분의 1'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 개편론을 제기한 뒤 "당 지도부는 빨리 공동선대위 체제로 개편하고 정비해 힘을 모으는 게 필요하다"며 "문 대표 체제가 변화되지 않겠냐. 공동지도체제가 곧 출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통합선대위 구성을 거론한 것으로서, 송 전 시장은 50대 중립성향 중진급 모임인 '통합행동'의 구성원이어서 발언 배경이 주목된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둘러싼 비주류의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최규성 의원은 지난달 중순 80여명의 서명을 받아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문제를 의원총회에서 논의하자고 촉구했는데, 이 방안대로라면 현역의원 20% 물갈이를 위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의 평가결과가 무력화되고 전략공천의 여지도 없어지게 된다.

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의총을 열지 않는 것은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9일 열린 당무위에서는 평가위 활동기한을 2개월 연장하는 안건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평가위는 가급적 한 달 안에 끝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표는 혁신과 통합의 명분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묘책을 강구하고 있다.

당 안팎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점에 이의가 없지만 자칫 화해의 손길이 지분 나눠먹기나 반(反) 혁신으로 귀결되면 안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문 대표는 이날 이석현 국회부의장 등 4선 이상 중진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당내 분란 해소책에 대한 의견을 듣기로 했다.

문 대표가 중진 연석회의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이후 첫 회동이다.

문 대표는 당무위 모두발언에서 "국민이 원하는 혁신의 핵심은 단합"이라며 "우리가 단합해 부단히 혁신하면 국민이 승리할 힘을 줄 것이라고 확신하다"고 혁신과 단합을 강조했다.

현재 주류와 비주류는 물밑에서 대화를 진행하며 절충점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견을 표출하며 진통을 겪고 있어 특단의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 한 당분간 당내 갈등이 확산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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