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일주일 빨리 찾아온 첫 눈 한옥마을 곳곳 낭만적 풍경 하얀 눈-노란은행잎 조화 느껴 관광객들 절경 담기위해 '찰칵' 풋풋한 겨울향기 한옥마을에

전주한옥마을에 겨울의 전령사가 발걸음을 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앙증맞은 노란 은행융단이 한옥마을을 뒤덮었다면 어느덧 솜사탕 같은 하얀 눈이 어서 자리를 비키라며 채근이다.

지난해보다 일주일 가량 빨리 찾아온 첫 눈은 한옥마을의 곳곳에 자리잡으며 낭만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햇살이 한옥 기와 능선에 걸려 포근한 느낌이었지만 오전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눈을 가득 머금은 구름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한옥마을에 눈을 선물했다.

전동성당의 높다란 돔 지붕 위에 올려진 눈은 경건한 느낌을 준다.

경기전 담벼락에 자리잡은 눈은 수 백 년의 시간과 기억을 간직하며 차분히 내려앉았다.

이름에 걸맞게 은행잎으로 노랗게 물들었던 은행로는 오늘은 기꺼이 하얀 눈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미처 가려지지 않은 노란 빛은 이 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시간이 갈수록 눈발은 거세졌지만 그만큼 풍경의 깊이는 더해간다.

오목대로 향하는 길목으로 발걸음을 향해보자. 중간쯤 올랐을까. 한옥마을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어제까지만 해도 검푸른 빛을 자랑했던 한옥마을의 기와들은 온데간데 없고 솜이불을 덮은 듯 고요한 자태를 뽐낸다.

추운 날씨에도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은 이 절경을 놓칠 새라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른다.

끝도 없이 펼쳐진 한옥 기와 능선에 흩뿌려진 하얀 눈이 이다지도 아름다웠는지 다시 한번 두 눈을 비비고 보게 된다.

추운 날씨에 언 몸을 녹이고자 들어간 조그마한 카페에서 바라본 풍경도 환상적이다.

주인장이 잘 가꿔놓은 마당의 작은 나무엔 이파리마다 눈의 요정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어느덧 훌쩍 다가온 크리스마스를 애타게 기다리는 꼬마 전구도 흰 눈에 반사된 빛과 어우러져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를 뿜어낸다.

여느 때 보다 한적한 한옥마을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만 덕분에 소복하게 쌓인 눈을 처음 밟을 수 있는 기회가 덤으로 늘었다.

정체 모를 음식들이 뿜어내는 기괴한 냄새가 아닌 풋풋한 겨울 향기가 한옥마을을 감싸고 돈다.

눈을 뒤집어 쓴 멍멍이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꼬리를 살랑거리며 눈 속에 얼굴을 파묻는다.

어느 곳 하나 눈을 돌려도 평온하지 않은 곳이 없다.

눈발은 거세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2015년 한옥마을의 첫 눈은 이렇게 반가운 손님처럼 우리를 찾아왔다.

/홍민희기자 hmh@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