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조시대부터 SF까지 9개 작품 선봬 다양한 관점서 가족의 의미 제고

전북작가회의 소설 분과 회원 9명이 가족을 테마로 한 소설집 ‘두 번 결혼할 법’을 출간했다.

김경나, 김소윤, 김저운, 서철원, 이병천, 장마리, 정도상, 한지선, 황보윤 작가가 참여한 이 책은 삶과 사회,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최소 단위인 가족의 의미와 가치가 현 시대에 어떻게 해체, 변형되어가고 있는가를 중심 주제로 선정했다.

아홉 편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제각각이다.

영·정조시대의 작품이 있는가 하면, 미래를 그리는 SF작품도 있다.

시대적 배경은 달라도 가족의 의미를 재고하게 만든다는 점에선 공통적이다.

전통적으로 가족은 혼인제도에 기반을 둔 혈연적 재생산을 통해 대를 잇고,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 간의 사랑을 통해 유지된다.

사랑이 가족의 감성적 유대라면, 가부장제도는 가족 내 질서를 유지하는 권위에 근거한 유대를 창출해 왔다.

혼인(법), 혈연관계, 가족애(부모에 대한 존경, 자식에 대한 내리사랑, 부부애) 등은 가족의 전통적 가치를 유지하는 절대적 개념이다.

소설집은 이러한 가치들이 사라지거나 변형되거나 혹은 집요하게 유지되고 있거나 역전되고 있는 현상들을 보여준다.

이 책은 혼인에 근거한 혈연가족이라는 전통적 가족관계에서 절대시 해온 가치들이 급격하게 유지, 소멸, 변형, 역전되고 있는 현재진행형 사회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한 작품집이다.

아홉 편의 작품을 편의상 세 개의 하위주제로 나누었다.

‘혈연과 가족애 관계의 다양성’이라는 혈연에 기초한 전통적 가족관계에서 신성시되어온 가족애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변형되어 나타나는지를 중심으로 네 편의 작품을, ‘부(물질)와 가족애 가치의 역전’이라는 물질중심주의 사회에서 물질적 가치에 밀려나 소멸되어가는 가족애를 그린 두 편의 작품과 ‘권력과 가족애의 다양성’을 그린 세 편의 작품들이다.

장마리의 ‘가족의 증명’, 한지선의 ‘여섯 달의, 붉은’, 김소윤의 ‘괜찮습니다, 나는’, 김경나의 ‘마지막 손님’은 혈연과 가족애 관계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김저운의 ‘개는 어떻게 꿈꾸는가’, 황보윤의 ‘완벽한 장례’는 부(물질)와 가족애 가치의 역전을 서철원의 장헌莊獻, 정도상의 ‘장씨의 어떤 하루’, 이병천의 ‘두 번 결혼할 법’은 권력과 가족애의 다양성이다.

방민호 문학평론가이자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바야흐로 가족이, 가족적 삶이 흔들리고 바뀌고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시대라며 이것을 소설적 테마로 올린 아홉 작가, 각양각색의 탐구, 그 형식과 소재와 문체의 다채로움을 읽는 재미가 만만찮다고 했다.

그는 또 “작가들의 성의와 역량이 느껴진다.

있어야 할 것이 나왔다”고 호평했다.

김양호 소설가이자 숭의여자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 전공교수는 해설을 통해 “다양한 자질과 특성을 갖고 태어나는 개인들이지만 또한 개개인들은 사회제도로 인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성의 존중과 선택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중단될 수 없는 과제다.

현재진행형 사회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밝혔다.

‘두 번 결혼할 법’은 ‘가족’을 묻고 ‘가족’에게 답하는 소설집이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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