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김병기 교수의 '북경인가, 베이징인가' 소리글자와 뜻글자의 장점-공존의 의미담아

젊은 세대에게 한자는 참으로 어려운 글자가 됐다.

예전 신문, 방송, 간판 등 우리의 일상에서 한자는 흔한 것이었지만 요즘은 찾기가 힘들다.

학교에서도 한자를 예전만큼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젊은 세대에게 한자는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자를 배척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는 듯 보이지만 일반인들은 반대로 한자를 알아야 한다는 욕망이 큰 것 같다.

한자 급수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의 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응시자의 나이도 낮아지는 추세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이 일찍부터 한자를 선행학습하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이 한자를 배우도록 만드는 것일까.김병기의 ‘북경인가, 베이징인가’(어문학사)에서는 한자의 사용에 대해 설명한다.

전북대학교 중어중만학과 교수이기도 한 저자는 서문을 통해 어릴 적부터 한자를 선행 학습한 덕에 초등학교 시절부터 누구보다도 공부를 잘할 수 있었다는 경험담을 밝힌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에서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채 밑줄을 그어가며 외우게 하는’ 비효율적인 교육이 진행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음을 지적한다.

저자 자신은 한자 선행학습으로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어 학습이 빨랐다며,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개선할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소리글자인 한글과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뜻글자인 한자의 장점을 동시에 택하여 조화롭게 사용함으로써 교수-학습의 효과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의 글자는 크게 소리글자(표음문자)와 뜻글자(표의문자)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소리글자는 소리글자대로 장점이 있고 뜻글자 또한 뜻글자대로 장점이 있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소리글자이고 한자는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뜻글자다.

한글과 한자를 적절하게 병용함으로써 소리글자의 장점과 뜻글자의 장점을 동시에 살려 쓸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러므로 굳이 한자를 일부러 배척하거나 폐기하려 들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과거 2000여 년 동안 한자를 사용해 역사와 문화를 기록해 왔기 때문에 한자는 결코 중국만의 문자가 아니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동아시아 공동의 문자(East Asian character) 이자 우리의 문자이고, 우리는 한자를 당당하게 우리의 문자로 인정하고 아끼며 편리하게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외국의 지명, 특히 중국의 지명이나 인명을 굳이 원음주의 표기 원칙을 들어 현지 원음으로 읽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의 한자 독음으로 읽어야 읽기도 쉽고, 의사전달도 잘 된다는 것. ‘모택동’을 ‘마오쩌뚱’이 아니라 ‘모택동’으로 읽고 ‘등소평’을 ‘떵샤오핑’이 아니라, ‘등소평’으로 읽으며 ‘북경’을 ‘베이징’이 아니라, ‘북경’으로 읽을 때 가장 편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글전용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한다.

한글전용 어문정책의 채택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 한반도에 들어온 미군의 의도와 비호아래 이루어진 것임을 지적하며, 일본과 북한, 중국의 문자개혁과 어문정책 수립과정과의 면밀한 비교와 분석을 통해 제시한다.

이러한 저자의 분석은 독자들에게 한글전용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끔 만든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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