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원 금감원 직원 사칭 '절도형 보이스피싱' 적발 판단 흐려진 노인만 상대

판단력이 흐려진 노인들을 상대로 한 파렴치한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화금융사기부터 각종 투자사기, 떳다방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실제 노인들을 상대로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 관계자를 사칭해 은행에서 인출한 돈을 집에 보관하게 한 뒤 이를 훔치는 이른바 '절도형 보이스피싱' 행각을 벌인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주덕진경찰서는 7일 노인들을 상대로 돈을 인출해 집에 숨겨놓으라고 한 뒤 이를 훔친 혐의(절도·사기)로 조선족 지모(2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씨는 지난 4일 전주시 반월동의 한 집에 들어가 A(67)씨가 은행에서 찾아놓은 현금 4천500만원을 훔치는 등 지난달 31일부터 일주일간 전주와 대전 등에서 모두 6차례에 걸쳐 8천200만원을 훔친 혐의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은 A씨 등 피해자들에게 "금감원 직원이다, 개인정보 및 금융정보가 유출돼 예금이 인출될 우려가 있으니 모든 예금을 인출해 집에다 보관해야 한다"고 속인 후 돈을 찾을 때에는 은행 직원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전세금·병원 비용이다"라고 답변하라고 시키기까지 했다.

또 피해자들의 집 안에 손쉽게 들어가기 위해 수사관이 집 안에 지문감식 등의 목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속여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내거나 집 열쇠를 우편함에 넣어놓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씨는 피해자들이 이 같은 전화를 받고 특정장소로 나가는 모습을 확인한 후 돈을 훔쳐냈고, 훔친 돈을 송금책에게 전달해 수수료 명목으로 10%를 받아 챙겼다.

경찰은 지난 6일 전화금융사기 피해자로 의심되는 한 할머니가 거액의 돈을 인출하려 한다는 농협 직원의 신고를 받고 잠복수사를 펼쳐 지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이처럼 과거 공경의 대상이던 노인들은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 뒤쳐지면서 범죄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앞선 지난달 3일에는 300여명의 건강기능식품으로 노인들을 속여 수십 억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일당이 검거됐고, 지난해 10월에는 노인들을 속여 수십억 원의 투자를 받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는 등 노인상대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노인을 상대로 하는 악성 보이스피싱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어 전북경찰은 지난달 31일부터 도내 금융기관과 MOU를 통해 상호 협조로 신고체계를 구축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사기 범죄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명수기자 kms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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