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이후' 출간···해방과 2차 세계대전 이후 남북을 둘러싼 국제 정세-집권세력에 관한 통찰

김기협 '냉전 이후'

남북한의 냉전은 왜 풀리지 않은 걸까.

전 세계가 냉전을 종식하고, 새로운 출발을 내딛었지만 유독 한반도만이 냉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일은 고사하고 적대적인 관계만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의문점을 역사에 빗대어 통찰하는 책이 ‘냉전 이후’(서해문집)다.

역사학자 김기협의 ‘냉전 이후’는 민족국가를 잃어버린 과정을 담은 ‘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와 민족국가 재건에 실패하는 과정을 살펴본 ‘해방일기’(전 10권)에 이은 것으로 냉전 종식(1989) 이후에도 여전히 민족문제 해결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당대의 역사를 살핀다.

‘냉전 이후’는 지난 100여 년간의 한반도 근현대사를 조망해보는 3부작 완결판인 셈이다.

1950년 서울에서 태어난 저자는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이공계 수석으로 물리학과에 입학한 뒤, 사학과로 전과한 보기 드문 배경의 역사학자다.

문명사의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리 역사와 동아시아 역사를 바라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역사에세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경북대학교에서 중국 고대 천문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연세대학교에서 마테오 리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집위원(과학분과), 중앙일보 문화전문위원과 한국과학사학회 편집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저자는 전작인 ‘해방일기’를 통해 분단의 근본적 원인은 내적인 것보다 외적인 데 있다고 진단했었다.

일본의 패전으로 해방의 기회가 왔지만 제2차 세계대전 후 냉전이 시작되면서 온전한 민족국가로의 진전이 가로막혔다는 것이다.

그리고 40년 후 다시 기회가 왔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이다.

냉전의 주역이던 미국과 소련 정상이 그해 12월 몰타회담을 통해 냉전 종식을 함께 선언했고 소련과 공산권이 몰락했다.

냉전이 한민족 분단의 결정적 원인이었다면 그 종식은 민족통일의 가장 중요한 조건을 이뤄주는 것일 테지만 남북한은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적대적 관계는 지속되고 있고, 게다가 최근에는 개성공단마저 폐기될 위험에 처할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00년의 남북정상회담은 대한민국 역사상 이례적으로 주권국가의 역할에 접근한 경험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났지만, 당시의 전망에서 더 나아간 것이 없다.

지난 15년간은 남북관계에서 ‘잃어버린 세월’일 뿐이다.

그때까지 북한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이 되풀이되었을 뿐, 구조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보여준 주권국가로서 대한민국의 가능성이 한반도의 ‘냉전 이후’에 대해 이제껏 보여 왔던 최대치의 전망이었을 뿐이다.

온 세계가 벗어난 냉전에 한반도만 묶여 있다.

강요하는 외세가 없는데도, 우리 민족이 분단 상태를 좋아해서 거기에 계속 매달려 있다는 말인가?

이 책은 그러한 물음으로부터 시작한다.

냉전이란 것이 본질적으로 어떤 현상이었고 그 종식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 미국의 패권과 중국의 흥기가 21세기 한반도에 어떤 상황을 형성하고 있는지, 남한과 북한의 집권세력은 민족문제 해결에 어떤 자세로 임해온 것인지를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말한다.

“한반도의 분단 상태를 끝내지 못하는 이유가 북한보다 남한 쪽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남한에서 정치다운 정치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유효기간을 넘겨버린 자본주의에 묶여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민족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남한이 국가다운 국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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