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거리에 공간 집중 편의성↑ 객석수 줄었지만 프로그램 질 높여 '야외상영' 정체성-소통 강화 전주시 예산 한계 협찬 힘들어 독립영화 '더 야드' 강력 추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홍보 주력 전주브랜드 가치창&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본격 막에 올랐다.
지난해 부임한 만큼 처음 치르는 영화제다.
영화제 안팎에서 불거졌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출발을 향한 발걸음도 계속해야 했다.
8개월이란 적지 않은 시간 속에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음이란 짐작이 간다.
올해 영화제는 이런 의미에서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새로운 집행위원장의 능력을 보여줄 것이냐 아니면 예전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냐. 올해 영화제가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다.
첫 영화제를 치르는 이충직 집행위원장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영화제 준비는 잘 되고 있나?

부임한 지 8개월이 됐다.

조직안정화 이야기를 제일 많이 들었다.

안정된 조직을 꾸밀 수 있을 것인가 의문도 들었지만 나름 안정된 궤도에 들어서고 있다.

시스템 개선에도 신경쓰고 있다.

최근 부산영화제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정제된 시스템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우리도 내부적으로 잠재가능성이 있기에 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작년 영화제가 공간확장을 통해 객석수가 늘어난 반면 확장된 공간을 완벽하게 커버하지 못했다.

영화제는 영화만 보는 것이 아니다.

축제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미비했다.


△공간구성에 변화가 생겼다.

올해는 영화의거리에 집중된다.

그러다보니 객석 좌석수는 줄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늘었다.

프로그램 질도 높아졌다.

한 공간에 집중해 편의성을 강화하되 프로그램을 넓혀보자는 데 중점을 뒀다.

시민과 소통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은 제외했다.

또 영화제 정체성을 지키는 프로그램은 강화했다.

이 두 가지가 양립되기는 어렵지만 최선의 노력을 했다.

대표적인 게 야외상영이다.

작년엔 종합경기장에서 진행했지만 접근성의 문제가 있었다.

올해는 아늑한 공간에서 야외상영의 느낌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


△준비과정의 어려운 점은?

협찬이 제일 힘들었다.

영화제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프로그램이 확장돼야 하고 이를 위한 예산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전주시에서 지원하는 예산은 한계가 있다.

풍족한 행사, 관객이 편안하게 느끼는 공간 구성 등 모든 게 경제적 문제와 연관돼 있다.

또 부산영화제가 시끄러워지면서 손해를 보고 있다.

어떤 사람은 반사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냐고 묻지만 그렇지 않다.

현재 전주영화제가 전국적 관심을 받을 때인데 자꾸 부산으로만 시선이 간다.

축제는 떠들썩해야 하는데 이 점이 매우 아쉽다.


△영화의거리에 집중하는 의미는?

영화의거리란 이름이 생긴 것도 시민의 의지로 알고 있다.

구도심 활성화 차원에서 침체기에 빠진 지역이 영화제를 통해서 변화됐다.

영화의거리는 공간이 매우 좋다.

전 세계 어느 영화제를 가도 이런 공간은 없다.

골목골목에 먹을거리가 즐비하고 영화의거리가 가진 매력이 너무 많다.

부산의 경우, 남포동 시절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좁은 골목에서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정겹다.

현재는 해운대를 비롯해 분리개최되면서 옛날보다 집중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올해 전주영화제를 치르게 되면 공간적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추천작품이 있나?

스웨덴의 더 야드란 작품이 있다.

자기 세계가 확고한 시인이 주인공이다.

내면세계를 중시하고 자기만의 독창적 세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동차를 수출하는 야적장에 나가야 한다.

이곳엔 이름 대신 작업복에 새겨진 번호가 통용된다.

비인간적인 장소란 의미다.

이곳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동료의 문제점을 고자질해야 한다.

인간성의 상실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화면 역시 원색을 살리고 심리를 묘사하는 무거운 사운드가 매력이다.

독특한 독립영화를 원한다면 강력 추천이다.

또 다른 작품은 마돈나의 댄서들이다.

1980년대 중반 유명 팝가수 마돈나의 백댄서들에 대한 다큐 영화다.

이들의 20년 뒤 이야기다.

세계 최고의 댄서들이 시간이 흐른 후 좌절과 배신, 절망 등을 그리고 있다.

마돈나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던 세대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고민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정상에서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하는 인생의 고민을 다루고 있다.

어렵지 않으면서 충분히 감동적이다.


△영화제 자생적 방법은 없나

전주시네마프로젝트가 있다.

자체 제작은 하지만 수익은 미비하다.

하지만 전주라는 이름을 알리는 게 우선 목표다.

세계 영화제에서 상영을 하게 되면 전주라는 이름이 새겨진다.

우선 홍보에 주력한 다음 수익창출에 노력하겠다.

저예산 독립영화 특성상 상업성의 문제는 쉽지 않다.

수익창출 목표를 염두에 두지만 얽메이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전주라는 브랜드 가치창출이 보이지 않는 수익창출이다.

전주라는 이름을 걸고 나온 작품은 세계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얻을 것이다.


△시민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영화의거리에 집중하다보니 교통문제가 가장 염려된다.

하지만 모나코의 경우, 조그만 공화국에 F1 대회가 열린다.

도심 전체가 경기장이 된다.

경기가 열릴 때엔 일주일간 모든 도로가 완벽히 통제된다.

하지만 아무도 불만을 가지지 않고 불편을 감내한다.

전주영화제도 이런 분위기가 필요하다.

교통통제를 하면 화가 나고 불편하지만 조금은 이해를 바란다.

영화제는 시민을 위해 만든 것이고 시민의 자산이 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교통통제로 짜증이 날지라도 영화를 통해 풀어주길 바란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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