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찬

/전주교육대학교 전 총장

춘계학술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 전에 올라가는 데 여리디 여린 새잎이 돋아나 나무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느낌을 받으며,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고속도로 주변 산들을 살펴보니, 주변 산들은 모두 연록의 새 옷으로 갈아입고, 아름다움을 경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천 I.C를 빠져나오니 필자가 좋아하는 소나무 한 그루가 복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필자를 반겨주었다.

36번 국도를 따라 고추와 구기자로 유명한 청양에 있는 칠갑산을 향해 달렸다.

36번 국도변에 있는 논에는 얼마 전에 내린 비로 물들이 그득히 가두어져 있으며, 못자리도 보인다.

대천은 가로수가 복스럽게 자란 소나무들로 가꾸어져 있어 싱그러운 느낌을 더해 주었다.

대천 시내를 지나 36번 국도로 계속 달리는데 길가에는 분홍색 겹 벚꽃이 예쁘게 화들짝 피어있어 길 전체가 분홍빛으로 물들여져 있다.

청양읍에서 36번 국도를 따라 15km를 달리면 칠갑산(561m)을 만나게 되는데, 칠갑산은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으로서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을 지니고 있다.

1973년 3월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4개면에 걸쳐 있다.

칠갑산은 충청남도 중앙에 위치한 산으로 동쪽의 두솔성지(자비성)와 도림사지, 남쪽의 금강사지와 천정대, 남서쪽의 정혜사, 서쪽의 장곡사가 모두 연대된 백제인의 얼이 담긴 천년사직이다.

우리 겨레는 예로부터 하늘과 산악을 지극히 숭상하여 왔다.

백제는 이산을 사비성의 진산(鎭山)으로 성스럽게 여겨 이 산을 향하여 제천의식을 행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산 이름을 만물의 7대 근원인(地水火風空見識) 칠(七)자와 싹이 난다(草木初之莩・始也)는 뜻의 갑(甲)자로 생명의 시원(始原) 칠갑산(七甲山)이라고 경칭해 왔다.

또 일곱장수가 나올 명당이 있는 산이라고도 전한다.

충남의 알프스 칠갑산에 진달래와 벚꽃이 만개해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며 산을 찾은 상춘객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칠갑산은 흙으로 이뤄진 육산으로 지리산을 닮았다해 작은 지리산이라고도 불리어진다.

특히 칠갑산 옛길은 한적해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고, 봄꽃이 만개한 숲 속을 거닐며 산행하기에도 좋다.

칠갑산 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3.4km로 왕복 소요시간은 3시간이면 충분하다.

등산로 입구부터 소나무터널이 이어져 소나무의 진한 향기가 코를 자극하여 소나무 숲 속에 있음을 실감케 한다.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와 흐르는 땀을 씻어준다.

연록의 가냘픈 잎들도 봄바람의 간지러움에 몸을 비비꼬는 것 같다.

등산로 주변에 탐스럽고 하얗게 핀 싸리꽃이 바람에 너울너울 춤을 추며 삽살개가 주인을 반기며 탐스런 꼬리를 흔드는 것 같다.

칠갑산은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여 사시사철 독특한 묘미를 준다.

즉, 봄에는 진달래와 벚꽃, 여름에는 울창한 녹음,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과 겨울 설경 등 사시사철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여 등산객을 즐겁게 해준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 가는 길에 활짝 핀 연분홍 진달래꽃 앞에서 필자는 발길을 멈추고 너울거리는 꽃잎에 푸욱 빠져들어, 필자의 마음은 분홍색으로 물들여져 온몸이 후끈후끈 달아올라, 세상에서 쌓였던 지저분한 찌꺼기를 한순간에 태워버리고 나니,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웅장한 칠갑문을 들어서니 정상까지 3km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칠갑산장에서 등산로를 따라 칠각정과 자비정 및 정상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자비정(慈悲亭)까지 이어지는 2.2km의 벚꽃 길은 장관을 이룬다.

자비정은 “칠갑산 서쪽에 있는 고려시대 산성이라 불리는 자비성의 이름을 빌어 자비정이라 하였다”고 한다.

여기 청풍덕월(靑風德月)이 떠 있는 자비광명신천지(慈悲光明新天地)가 펼쳐지는 고고한 자비정은 동으로 천장호의 황룡정과 북으로 우산성의 청룡정과 함께 마주보는 삼계(三界)의 십방조망(十方眺望)은 일월 장관을 이루며 자연과 인생의 꿈을 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비정까지 가는 길은 경주 남산의 등산로처럼 아주 잘 닦여진 등산로이다.

벚꽃이 바람에 날려 눈이 내리는 것 같다.

벚나무를 흔들어 보았더니 한 겨울에 함박눈이 내리는 것 같았다.

봄에 겨울을 맛 볼 수 있다니 이 또한 산을 찾은 필자에게 자연이 안겨준 기쁨이 아니던가! 향기로운 차를 예쁜 컵에 가득 채운 뒤 흩날리는 꽃잎을 컵에 받아 자연을 머금은 꽃잎 차의 향기에 푹 빠지다 보니, 온 세상이 즐겁고 행복하게 만 느껴져, 지나가는 등산객들도 모두 선량하게만 보인다.

꽃잎의 향이 깊게 스며있는 꽃잎 차에 매료된 필자는 꽃잎 차의 꽃향기에 취해 신선이 된 느낌이다.

이러한 꽃향기를 머금은 꽃잎 차는 그 어디에 가서도 느낄 수 없는 칠갑산만의 명품인 것 같다.

또한 등산로 주변에는 진달래꽃이 여러 색으로 물들여져 있다.

흰색, 연분홍, 진한 분홍색 등이 있는데 필자는 진한 분홍색 꽃이 맘에 와 닿았는데, 그것은 꽃향기에 흠뻑 취한 필자의 가슴을 붉게 물들여 주었으며 친근하고 따뜻하고 정열적이라 좋았다.

자비정을 내려와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이전 등산로와는 달리 자연 등산로이며 등산로 주변에는 참나무가 즐비하게 늘어 서 있었다.

칠갑산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가 있는데, 참나무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참나무의 연록색 잎사귀에는 처녀의 속살처럼 솜털이 나있고 부드럽게 느껴져 필자의 마음을 유혹한다.

때맞춰 들려오는 종달새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이러한 분위기를 한층 더 띄워 주었다.

정상을 300m쯤 남겨두고는 경사가 급하고 길도 험해져서 등산하는 맛이 난다.

정상에 올라와서 보니 주변의 산이 낮아 정상에서 보는 전망은 우리나라의 1,500m 이상의 높은 산에서 보는 것 보다 좋았으며, 계룡산, 오서산, 흑성산, 광덕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에 오르는 코스는 7개가 있으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산 능선은 연록의 잎으로 갈아입은 나무들로 뒤덮여 부드럽고 깨끗하고 티 없이 맑은 비단으로 산을 휘감아 놓은 것 같다.

바람결에 펄럭이는 연록의 비단자락은 동양화 한 폭처럼 아름다워 필자는 자연의 풍광에 매료되었다.

이렇듯 자연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우리를 품으려 애를 쓰고 있듯이, 우리네 ‘인간들도 자연에서 이런 점을 본 받아, 서로 화합하고, 서로 도우며, 서로 칭찬하고, 서로를 위하는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소원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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