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진학-취업까지 고려 전주여고 6:4서 5:5로 조정

전주에 사는 여고생인 송 모(17) 양은 지난해 2학년 진학을 앞두고 부모님과 상의하며 고심한 끝에 문과가 아닌 이과계열을 선택했다.

송 양은 "수학에 대한 부담감이 커 이과 진학을 망설였으나 대학 진학과 취업까지 멀리 내다봤을 땐 이공계 학과로의 진학이 유리한 것 같아 이과계열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년 취업난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수학에 대한 부담'으로 이과 진학을 꺼리며 마냥 '문학소녀'로 불리던 여고생들의 마음마저 뒤흔들어 놓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문과 강세'를 보이는 여고에서도 이과계열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학급당 이과반 학생 수가 문과반과 같거나 추월하는 학교가 크게 증가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전북지역 여고의 계열별 학생 현황을 보면 대부분 학교에서 자연계열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인문계열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도내 학교에서는 이러한 추세에 따라 문·이과의 분반 비중을 변경·조정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줄어든 문과반을 한두 반씩 줄이는 반면 이과반을 그만큼 늘리고 있다.

실제 전주여고의 경우 전통적으로 문·이과반 비율이 6:4이었으나 이과계열 지망생이 늘면서 5:5로 조정해 운영하고 있다.

전주솔내고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5:3에서 4:4로 문과반을 하나 줄였다.

전주여고 이주형 진로상담부장은 "예전엔 중하위권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부담감으로 문과로 쏠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학 진학과 취업 시장에서 기업들이 이공계 졸업생을 선호하는 등 현실적인 여건으로 이과계열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이 이과계열 지원자 증가 추세는 수능시험 응시 인원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5년간 수능 원서접수 변화를 살펴보면 2012학년도 인문·자연계열 지원자 비율은 각각 61.4%와 38.6%였다.

그러나 2014학년도에는 인문계열의 60% 벽이 무너진 데 이어 올해 2016학년도 수능 접수에서는 인문·자연계열 지원자 비율이 각각 59.2%, 40.8%로 집계됐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5년 전부터 시작해 갈수록 다변화 되고 있다.

인문·사회계열이 상대적으로 취업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공계열이 대학 진학뿐만 아니라 취업에도 유리하다고 보는 도내 여고생들과 학부모들의 판단이 앞서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교육부가 대학구조조정 정책 일환인 프라임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각 대학들이 학생 정원 조정을 통해 인문계열보다는 이공계열의 정원을 늘려가는 이유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이과계열 수요가 늘면서 학급 과밀현상과 교사 수급난도 새로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주기전여고 김경화 진학담당 교사는 "이과계열 진학을 선호하는 학생이 늘면서 지도교사 수급도 이에 발맞춰 이뤄져야 하지만 교육청 인가 없이 학급 수 조정이 불가능해 이과반이 포화 상태다. 기존에 있던 정규직 교사도 쉽게 늘리거나 줄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공립학교 보다는 사립학교의 경우 해당 교과목을 맡기 위한 교사의 이동이나 재배치 문제가 어려운 실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병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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