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마니아층 구축한 실력파 뮤지션 귀농 생활 속 투박한 가사-음악 매력

조석창기자의 음반이야기 50.

사이(Sai) - 유기농 펑크포크

그를 처음 본 것은 전주의 최고(最古)카페 ‘빈센트 반 고흐’에서였다.

유기농 포크라니, 제목부터 이 무슨 황당무계한 조합인가 싶었는데, 악기부터 유기농적인 조합으로 들고 왔다.

첫 곡부터 낡고 작은 우크렐레와 삑삑거리는 카주(Kazoo)로 삐걱거리듯 음을 풀어나가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수는 악기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이었다.

충격에 한 방 얻어맞은 관객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거침없이 사람들을 이끌었고, 이윽고 작은 카페안이 들썩거렸다.

전자사운드와 선정적인 가사로 도배된 음악시장과 콘서트에서 볼 수 없는, 이 얼마나 유기농한 상황인가.조금은 생소한 타이틀의 음반을 낸 사이는 2010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에서 쟁쟁한 우승후보들을 이긴 실력파 뮤지션으로, 이미 홍대 등에선 탄탄한 마니아층을 구축하고 있다.

2007년 집에서 생활은 유기적이나 음악적으로는 열악한 상황에 녹음해서 만들었던 비공식 음반은 2천장 이상 팔렸을 정도로 따르는 팬들도 상당하다.

이번 공식 음반이 발매 이전부터 사전주문 요청이 SNS를 통해 수백 건 몰려 인디밴드에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빚어냈다.

첫 정식음반 ‘유기농 펑크포크’는 일상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사이가 직접 곡을 쓰고 기타, 우크렐레, 카주, 리코더 등의 악기도 직접 연주했다.

이 음반의 공동프로듀서이기도 한 유종현은 이미 드라마음악 작곡가로 인정받고 있는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이다.

음반의 백미는 실제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귀농생활을 하며 자유로운 음악생활을 하는 본인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낸다는 점이다.

가족은 그의 노래의 원천이다.

그의 노랫말엔 가족 이야기가 정말 많다.

“부산 해운대 리베라 백화점 청소하시는 육숙희씨(어머니)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노래”(냉동만두)를 하고 싶고, 아들 느티에게는 “그냥 아로 살라”(벚나무는 조용한데)고 한다.

그는 남의 이야기에서 떠나 자신의 이야기를 흥얼거림 속에 녹여 낸다.

가사에서 알 수 있듯 그는 현재 괴산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꿈꾸던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

텃밭을 일구고 깨를 털고, 고구마도 캐면서. 게으른 삶을 지향해 하루 3~4시간 이상 일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꾸만 일이 생기니 시골 생활이 결코 여유롭지만은 않다.

집에 가면 방문도 새로 만들고, 보일러실도 만들어야 한다며 귀찮은 티를 냈다.

“어우, 될 수 있으면 정말 일하지 않고 싶은데, 애기엄마에게 혼나서” 귀농통문을 마치자마자 씩 웃으며 하는 말이다.

날은 갈수록 더워지고, 에어컨과 선풍기 앞에서 목을 들이미는 일이 잦아진다.

허나 오후에 나무그늘 아래서 늘어지게 누워 바람과 벗삼는 시원함은 선풍기와 에어컨을 아무리 디밀어도 느낄 수 없는 짜릿함이 있다.

‘유기농 펑크포크’ 속에도, 그 짜릿함이 일렁이고 있다.

제작사 : SONY MUSIC KOREA

레이블 : SONY MUSIC

출시일 : 2011.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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