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작가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시장경제 시대의 극단적 빈부격차등 병폐 담아

위화 작가는 우리나라에서는 꽤나 익숙한 이름이다.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살아간다는 것(活着)>이 세계적 감독인 장이모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국내에서는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됐다.

이 영화가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그의 이름은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가파른 중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인간이 걸어가는 생의 역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장편 <허삼관 매혈기(許三觀 賣血記)>는 위화를 중국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한 계기가 됐다.

살아가기 위해 목숨 건 매혈 여로를 걷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그려낸 작품이다.

분명히 슬픈 이야기인데 이를 희비가 교차하는 구조로 써내려가며 정교하고 심화된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배우 하정우가 감독으로 변신해 영화화하기도 했다.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문학동네)는 산문집이다.

마오쩌둥으로 일축되었던 극단의 시대에서 시장경제라는 또 하나의 극단의 시대로 가고 있는 기형적인 오늘의 중국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보여준다.

지극히 인간적인 사생활 및 창작 일기, 독서 이력 등 작가로서의 인생 또한 활짝 펼쳐 보인다.

그의 모든 글은 ‘일상생활에서 출발해, 정치, 역사, 경제, 사회, 문화, 감정, 욕망, 사생활 등등을 거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 여정에는 위화만이 읽을 수 있는 세상과 인생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따스한 휴머니즘, 웃음이 담겨 있다.

그는 중국에서 두 가지 거대한 차이를 발견한다.

하나는 과거와 현재의 차이이고, 또 하나는 빈부격차로 인해 통제되지 못하고 가속도를 더해가는 오늘날의 극단적 격차다.

이러한 중국의 격변은, 해방 이후 경제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극심한 변화를 겪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다.

위화는 이런 격변의 시대, 고삐 풀린 말을 탄 시대에 우리 모두가 정신적으로 건강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는다.

우리는 이런 변화를 겪고도 심리적으로 건강한가? 그는 격변의 시대에서 일어나는 사회의 병폐를 관찰한다.

그러고 소설가인 자신을 다시 정의한다.

“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치료법을 찾는 사람이다”

사람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제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중국인 작가로서 사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서구의 모든 기자들이 행사에 초대해놓고 정치적 의견을 물어보기 때문이다.

위화는 중국 정부에 비판적 어조를 유지하면서도, 진실을 왜곡하는 서구 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유럽에 갈 때마다 기자들의 정치적 질문에 대비해 미리 연습을 하는 위화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동시에 비난 또한 많이 받는 중국인으로서 작가의 고뇌가 짐작되는 부분이다.

위화는 독서든 창작이든, 모두 타인의 삶에서 자신의 감성을 발견해, 타인과 자신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한 것임을 이야기한다.

각 산문마다 제재는 다르지만, 결국 이 산문집을 관통하는 것이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이자 ‘휴머니즘’임을 우리는 결국 알게 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위화의 작품뿐만이 아니라 위화 개인을 더욱 잘 이해하고, 나아가 이 작가가 견지하고 있는 ‘따스한 시선’에 함께 스며들게 된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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