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성찰' 통해 스스로 사유 도와 세상의 모순에 저항하는 이들의 지침서

'정의를 위하여'  

강남순 - 美 텍사스크리스천대 신학대학원 교수

요즘 사회에서 정의라는 것은 딱히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정의가 맞는 것 같지만 법의 잣대는 그렇지 않고, 때로는 사회적 통념이 받아들여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강남순의 <정의를 위하여>(동녘) 속 정의는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는 그동안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존재, 즉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 노동자, 빈곤층 등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게도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부여되는 것이 정의라고 말한다.

비판적 담론을 통한 논의 및 사회운동으로 많은 이들이 그 권리를 조금씩 획득해왔지만 여전히 남성, 이성애자, 비장애인, 백인 등의 범주에 속하는 이들만이 온전한 시민으로 대접받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만약 누군가가 생각하고 부르짖는 정의가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거나 심지어 그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그것이 설령 일정한 타당성을 담고 있더라도 정의라고 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노동문제나 통일문제 해결이 우선이므로 여성이나 성소수자문제 해결은 보류해야 한다는 잘못된 정의 인식이 해당된다.

저자 강남순은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다.

독일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한국과 영국의 대학에서 가르친 후, 2006년부터 현재의 학교에서 코즈모폴리터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콜로니얼리즘, 페미니즘과 같은 현대 철학적, 신학적 담론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임마누엘 칸트, 한나 아렌트, 자크 데리다 등의 사상과 연계해 코즈모폴리턴 권리, 정의, 환대, 사랑의 문제에 학문적, 실천적 관심을 기울이며 다양한 국제 활동을 하고 있다.

강남순은 ‘저울’이 상징하는 근대적 의미의 정의 이해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근대적 정의는 법을 준수하는 것과 동일시되며, 구체적 정황과 상관없이 표면적이고 기계적인 균형만을 내세우는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 가수 리쌍이 자신들 소유 건물의 세입자와 갈등을 겪는 모습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보통 상대적 약자의 편에서 공감해주는 경향이 있음에도 이 경우 오히려 건물주인 리쌍의 편을 들어주는 이들이 많았다.

거기에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리쌍이 세입자를 내보내는 것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하게’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한국의 ‘상가임대차보호법’ 자체가 세입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법의 준수가 곧 정의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듯 법적 정의는 그 효용만큼이나 한계도 많으며, 이 책에서 종종 인용되는 철학자 자크 데리다 역시 정의는 언제나 법 너머에 있다고 보았다.

강남순의 인문학적 성찰을 담은 이 책은 정의의 윤곽을 어슴푸레 그려줄 뿐, ‘이것이 바로 정의’라거나 ‘이러이러하게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정의가 무엇인지, 정의를 확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각자가 처한 정황 안에서 스스로 사유하게 돕는다.

저자가 강조하듯이 인문학적 성찰은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지면서 각자에게 맞는 대안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것이다.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그 사유를 토대로 세상의 모순에 저항하며, 끝내 이 정의가 부재한 세계에서 정의의 지분을 조금씩이나마 늘려가길 바라는 이들에게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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