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던-얼터네이티브의 편견 깨트려 순차적으로 내용 연계된 콘셉트 앨범

이휘빈기자의 나무라디오 09.

언니네이발관 - '가장 보통의 존재'

록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이런 저런 앨범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외국계 앨범이었다.

당시 추천 앨범들은 모두 외국 앨범들이 가장 멋지고 들을만하며, 국내의 록스타들은 어설픈 따라쟁이라고 혹평했다.

록에 대해서 모르니 순진하게 ‘그래, 국내 록밴드는 별로일거야.’라고 믿던 나날 중에,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록밴드에 추천 표시가 떴다.

밴드 이름이 뭐 이래, 라고 중얼거리며 재생버튼을 누르자, 그날 하루 종일 재생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국내 록밴드를 더욱 열심히 찾아 듣게 되었다.

2004년 ‘순간을 믿어요’ 발표 이후 그들은 조용히 사라졌다.

그 후 그들은 인터넷에서 ‘풍문으로 들은’ 이야기만 나돌았다.

메인 보컬 이석원은 카페를 차리고, 이능룡은 기타 학원에서 학생들 가르치고, 언니네 이발관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루머는 유령처럼 이리저리 배회하며 모두를 놀래켰다.

그러다 2008년 8월 8일에 언니네 이발관은 정규 5집을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발매했다.

언니네 이발관 최고의 앨범을 꼽으라고 하면 2집과 더불어 항상 반드시 언급이 되는 앨범이다.

이 앨범의 큰 특징은 콘셉트 앨범으로 만들어져 각각의 곡들이 서로 연관성 있는 가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는 반드시 순서대로 들어달라고 리스너에게 요구할 정도로 유기적 관계를 갖고 있는 앨범이다.

루머가 아닌 밴드 멤버 모두가 언니네이발관 활동을 접고 각자의 일상에 몰두하던 어느 날, 이석원이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준 어떤 일을 겪고 멤버들과 재회하며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밴드 역사상 그 동안의 작업과 차원이 다른 가장 하드한 작업이었다고 하며, 이석원의 광기에 가까운 완벽주의가 극에 달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아름다운 것' 한 곡만 공식적인 믹싱만 11번을 거쳤다고 하니 비공식적인 믹싱이 얼마나 많은 삐걱거림을 거쳤는지 짐작할 수가 없다.

또한 수많은 곡이 연기되는 과정 속에서 지워지고 갈렸으며, 수록된 곡들도 가사와 멜로디 등에서 많은 변화가 있는 것으로 얼마나 많은 수정의 시간을 거쳤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순차적으로 듣다 보면 이석원이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짐작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후 사랑을 잊어가는 과정을 그린 앨범으로 내용적인 연관을 가지며 앨범의 기승전결이 개인의 감정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나 한번쯤 겪을 수 있고 삶에서 익숙하지만 잊기 힘든 아픔들을 소재로 쌓은 유기적인 연관성이기 때문에 더욱 대중에게 접근하기 쉬웠습니다.

또 음악적으로도 복잡한 코드들을 사용하지 않고 간단하고 심플하지만 사운드에 집중을 하여 음반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 듣는 사람들에게 하여금 집중하며 공감할 수 있게 한 배려가 돋보인다.

가장 보통의 존재는 21세기 한국 음악사에서 중요한 앨범 중 하나이다.

21세기 대중 음악은 개별적 유행가와 후크송 판박이로 박혔고, 얼만큼 좋은가가 아닌 얼만큼 잘 팔리냐를 강조하는 시대가 되었다.

앨범보다 유명한 한두 곡을 선호하게 되고 예술성은 뒤떨어지더라도 흥만 북돋우면 되는 모습으로 남게 되었다.

언니네 이발관은 다시 들을 때마다 음악적 가치란 무엇인지 다시 일깨우게 되는 계기가 된다.

치밀하고 냉철하게 쌓여진 멜로디속에 인간적인 감정, 기승전결을 그대로 보여주며 첫 곡부터 끝까지 유기적인 관계로 드라마틱한 느낌을 주는 앨범으로 왜 처음부터 앨범을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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