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합헌 9월 28일 시행 농축산물 선물 수요 위축 한우세트 10~20만원대 41% 6만원대 상품 있지도 않아 식사비도 3만원으로 제한 자영업자-한정식집등 타격

▲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직위를 이용해 금품을 챙기고도 법망을 피해가는 공직자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8일 합헌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예정대로 오는 9월 법안이 시행되면 지역경제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농도이자 소비도시인 전북은 농수산업종과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사회 투명선 제고에 따른 순 기능도 부정할 수 없어 ‘빛과 그림자’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될 전망이다.
/편집자주 


 

▲ 전북 농가피해만 900억 원대 추정.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전북역 농업계 피해는 9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북도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농업계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농축산물 선물 수요는 24~32% 감소하고, 농축산물 선물 수요의 위축에 따라 농업 생산액은 8~11% (8천193억~9천569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통상 전북 경제에서 농축산업 비중이 10%가량임을 감안할 경우 연간 764억원에서 872억원의 피해가 우려돼 지역 경제의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도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사과와 배, 인삼의 경우, 선물 수요 감소 시 산지유통시설 가동률 저하 등 관련 산업 동반 피해와 저가의 농산물 수입 증가가 우려된다고 예측하고 있다.

특히 인기 있는 선물로 조사된 한우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요 매출이 고가격 선물세트여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데다 가격을 낮춰 소포장 할 경우, 경영체 손실과 선물가치가 동반 하락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내 영농조합법인, 농축협 등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한우선물세트 가격은 최저 6만원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김영란법에 명시된 선물 상한선인 5만원을 맞추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농업인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전북농민한우 유통영농조합법인의 한우선물세트 최저 가격은 6만원에서 6만5천원대로 상한액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한우영농조합법인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된다는 소식에 급하게 5만원짜리 선물세트를 만들어 보긴 했지만 너무도 허술해서 선물의 가치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가장 인기있는 한우세트는 주로 15만원선인데 5만원이라는 기준은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기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북의 한우농가들은 지난해 추석 한우선물세트 매출 가운데 13만~25만원대 제품이 전체의 41%를 차지했으며 6만원대 제품은 15%선에 불과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한우협회 도지회 관계자는 “한우를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켜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추석 명절이 지나 김영란법이 시행되지만 명절 전부터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는 농가 피해 축소를 위해 소포장 상품 개발 등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단기적으로는 한우등심 위주 고가격 제품에서 가격이 저렴한 불고기 등 부위와 중량을 낮춘 다양한 제품을 생산키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제품을 내실화하기 위해 시·군별 1개소씩 지역 특성에 맞는 축산물가공시설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안은 소비를 촉진시키는 전략이 아니어서, 농가들의 피해는 불가피 할 것이란 분석이 크다.

도는 농협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법 적용 가액금액 미만 상품’도 개발해 선물 상품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실제로 사과, 배의 현행 6만~7만원/5kg(13과)하는 것을 4만5천~4만8천원/4kg(10과)의 소포장 상품개발에 나선다는 것이다.

수산분야의 경우, 선물가 5만원 초과 상품은 박대·조기·꽃게로 역시 5만원 이하의 상품을 개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내달 2일에는 강승구 농축수산식품국장 주재로 농협 전북지역본부, 축협, 수협, 인삼조합, 식품기업, 마을기업 등이 참여해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지역 외식, 유통업계도 타격 불 보듯.

내수경기 침체에 빠진 외식업계에 또 한번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음식점과 호텔, 백화점, 레저산업, 택배 등의 매출감소가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접대가 이뤄지던 고급 한정식집이나, 레스토랑, 한우고기 식당 등은 직격탄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공직자, 공기업 직원, 국공립 교직원 등에게 하는 선물 가격을 ‘5만원’ 이내로, 식사는 3만원으로 제한해 놓았다.

생계형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외식업계 특성상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 마당에 김영란법이 더 찬물을 끼얹을까 하는 우려하고 있다.

전북지역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지금도 두 사람이 삼겹살에 소주 한잔씩 하면 3만원이 훌쩍 넘어간다”며 “물가가 이런 실정인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매출 하락은 불보듯 뻔한 일이고 매출 하락은 곧 폐업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의 정당성을 가지고 논의하는 게 아니라 법의 취지와 달리 묵묵하게 생업에 종사하던, 우리 서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자영업자들이 피해의 직격탄을 맞는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한정식집과 한우고기를 팔던 고기집 등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한정식집의 61.3%가 매출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한정식의 경우 1인당 3만원을 웃도는 업체가 대부분인데다, ‘한상 차림’을 강조하는 특성상 가격 인하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우를 파는 고기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주시 서부신시가지에서 대형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2개월 후 김영란법이 시행됨에 따라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당분간은 개점휴업 상태로 가야 할 것 같아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여기에다 유통업계의 경우 축산물은 명절에 소비되는 물량이 전체 40% 정도 되고, 선물세트 가격은 10만원 이상이 90%를 차지하고 있어 내수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국내산 농축산물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지는 대신 상대적으로 값싸고 질 떨어지는 중국산 등 수입 농산물을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사태가 비일비재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화훼(꽃)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법이 있는 그대로 시행되면 10만원대를 호가하는 축하 난 등의 선물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굳어질 수 밖에 없다며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명품 수산물일 수록 김영란법 저촉 대상에 포함된다.

설과 추석 명절에 소비되는 국내산 수산물의 22%나 되며, 명절 기간 판매하는 수산물 선물세트 200여개 품목 중 5만원 이상 상품이 55%를 넘는다.

대표적인 명절 선물인 굴비는 명절에 40% 가까이 판매되는 데 선물용은 대부분 5만원 대에서 수십 만 원대에 이른다.


▲헌재, 김영란법 쟁점 모두 합헌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는 28일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4개 쟁점에 대해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 법은 정부 시행령 확정 등 후속 절차를 거쳐 오는 9월28일부터 전격 시행되며 공직자와 언론사, 사립학교, 사립유치원 임직원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 된다.

헌재 결정이 나오면서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 법 시행을 위한 후속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권익위는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김영란 법 시행령 제정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강일원 재판관)는 이날 오후 2시 대한변호사협회, 한국기자협회, 사립유치원장, 사립학교장 등이 이 법률 제2조 제1호 마목 등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청구인들의 평등권 및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고 기자협회가 낸 심판청구는 “협회는 청구 자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이번 심판대상 조항은 4개 항이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느냐, 부정청탁 개념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은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위배 아닌가, 식사비 3만원과 선물 5만원 등 구체적 액수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조항, 배우자의 금품수수를 알게 될 경우 신고를 의무화하는 조항 등이다.

헌재는 이중 언론과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시키느냐는 데 대해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파급효과가 커서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라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김현아 대변인은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가 투명하고 깨끗해지길 바라는 국민의 간절한 염원과 명령으로 만들어진 청렴 사회법”이라면서 존중한다고 논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경 대변인도 “이제 남은 것은 법 시행을 통해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부패를 근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김영란법으로 공직사회에 만연한 금품수수 및 부정청탁 관행이 없어지고 우리 사회 투명성이 제고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해 줄 것을 주문했다.

전경련은 우리 경제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달라고 밝혔고 중소기업중앙회도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소상공인과 농림축산수산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월 시행되는 김영란법 적용범위

오는 9월28일부터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된다.

법안이 시행되면 공직자와 언론인 등은 앞으로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원이 넘는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

아울러 선물 금액은 5만원 이내로, 경조사비 상한액은 10만원 이내로 제한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현행 공무원 행동 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3만원의 상한액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또 공무원 등이 받을 수 있는 선물 가격은 5만원으로 정했다.

경조사 비용은 현행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렸다.

외부강의에 대한 상한액도 설정했다.

공직자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대로 장관급은 원고료를 포함해 시간당 40만원, 차관급은 30만원, 4급 이상은 23만원, 5급 이하는 12만원을 상한액으로 정했다.

다만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직원의 경우에는 민간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직급별 구분 없이 시간당 100만원까지 사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각종 초대권이나 관람권, 회원권은 물론 음식물, 주류, 골프 등의 접대, 교통, 숙박 편의 제공 등이 모두 금지된다.

대통령령에서 허용하는 금액(3만원 내외 예상)을 초과하는 식사 제공도 대부분 불법이 된다.

명절에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도 사라질 전망이다.

전북도청 한 공무원은 “사실 요즘 공직사회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 큰 파장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정작 김영란법은 정치인들이 문제인데, 공직사회로만 무게가 쏠려있다 보니, 업무로 알게 된 사람은 업무적 관계로만 마무리 돼 인심은 각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농어민 대책 절실.

김영란법은 이른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애초 국회의원과 차관급 이상 공직자에게 적용하려던 이 법은 우여곡절 끝에 핵심 표적인 국회의원(300명)을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신, 공무원과 공직 신분도 아닌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이 포함됐다.

표적이 변경되면서 전체 법적용 대상자는 500만여 명으로 늘었고, 앞으로 공무원과 교사, 언론인은 민원인 등과 한 끼 식사를 할 때에는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 일일이 법조문을 따져야 한다.

많은 국민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문화를 바꾸고 청렴 문화를 정착시키길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김영란법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다만 투명한 경제도 좋지만 농어민 보호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영란법을 현 규정대로 적용하면 법을 빌미로 농가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쟁력을 앞세워 고급화·고부가가치화를 장려하더니, 인제 와서는 판로를 막고 값싼 외국산 판매가 촉진될 수 있는 법안 시행을 강행하고 있다.

따라서 김영란법의 애초 취지를 십분 살려, 청렴한 문화를 정착시키는 한편 장기불황에 허덕이는 농수산업계를 보호하는 예외규정이 탄력적으로 운영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서울=김일현기자.박정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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