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대실소망(大失所望)이었다.

바라던 것이 아주 허사가 되어 크게 실망함을 뜻하는 사자성어가 벼락 치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TV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소폭의 개각 인사를 단행했던 지난 16일의 일이다.

사실 개각을 앞두고 전북출신의 장관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은근히 커졌다.

이번엔 호남 인물을 중하게 쓰는, 인사 탕평을 할 것이라는 예측도 흘러 나왔다.

 하지만 보란 듯이 예측은 빗나갔고,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지역민들은 소망이 컸던 까닭인지 아예 끙 하는 깊은 신음이 들리기도 했다.

“이제는 기대조차 하지 않겠다”라는 절망적 자위부터 “도대체 무슨 감정이 있어서 이렇게까지 내쳐야 하는가”라는 불만의 항의까지 쏟아져 나왔다.

장관 3명을 교체한 지난 8.16 개각은 200만 애향 도민들에게 세 가지 측면에서 절망과 분노를 더해줬다.

첫째는, 기대심리를 정면에서 배반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지난 11일 청와대 오찬에서 개각과 관련해 ‘탕평․균형․배려 인사’를 건의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에서도 인사 대탕평의 주문이 강하게 나왔다.

그래서 이번 개각엔 무장관 지역을 위해 전북 출신 장관 후보자의 발탁이 점쳐졌지만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두 번째는 호남 출신 차관 1명의 발표다.

이것도 시늉내기 탕평이란 점에서 지역민들은 헛헛한 웃음조차 할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 기용 이후 무장관 9년의 설움을 씻어달라고 하니, ‘그것은 안 된다’는 투로 차관 인사를, 그것도 ‘무늬만 전북’ 출신을 인사를 단행한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특정지역 인사편중이 되레 심해졌다는 점이다.

인물의 고른 중용은커녕 되레 대탕평의 쪽박을 깨는 것과 같은 것이어서 지역민들의 분노를 더 키웠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출신이고,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경북 영양, 조경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경남 진주 출신이다.

지금까지 전체 장관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과 영남 출신이었는데, 3명의 개각인사 또한 편중인사의 기름을 끼얹는 격이어서 전북을 철저히 무시한 인사라는 반발도 나왔다.

 2대 정권에서 무장관의 설움을 당해온 전북은 이번 개각을 통해 한(恨)을 풀기는커녕 가슴에 상처만 남게 됐다.

현실적으로는, 국정의 방향을 결정하는 국무회의는 물론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까지 전북은 완전히 고립되는 절망의 외딴 섬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편협과 편파가 지역주의 해소의 적이라면 편중인사는 국정운영의 해악일 뿐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균형 잡힌 인사만 잘 해도 국정을 잘 이끌어갈 수 있다는 말과 같다.

국정은 인물의 균형 잡힌 중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주창해온 ‘100% 대한민국’의 시발점 또한 인사 대탕평이라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국민 대통합과 지역감정 해소, 국가 균형발전이 한쪽에 치우친 편파 인사를 통해 가능할 수 있겠는가.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낚겠다는 연목구어일 따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북의 민심을 가볍게 보면 절대 안 될 것이다.

임기 말 국정안정을 위한 소폭 개각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정부는 변명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특정지역 편중을 심화할 정도로 불가피한 면이 있었느냐는 도민들의 항의엔 정부가 답하기 힘들 것이다.

이제 정부에 대한 기대조차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분노와 반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정부에 대한 무관심, 무기대이다.

실망이 너무 커 두 발로 걷기 힘들지라도 다시한번 기대감을 갖고 정부의 홀대에 할 말을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이런 점에서, 차기 개각이 언제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북 출신의 장관을 반드시 등용해야 할 것이다.

 향후 인사의 폭을 늘리는 한이 있더라도 낙후와 소외로 점철해온 전북의 인물을 중용하는 것만이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이다.

나아가, 지역감정 해소와 동서 화합, 균형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길임을 정부는 명심해야

/임병찬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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