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건과 관련된 유서 등을 남겼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0시50분께 전북 익산 자택에서 숨진 A(44) 경위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주변에 괴로움을 호소해 왔다.

      숨지기 전날도 동료와 오후 11시까지 술을 마시고, 아내에게 "너무 힘들고 괴롭다"며 재심 증인출석 후 괴로움 심정을 털어놓았다.

      A 경위는 귀가 후 2시간이 지났을 때쯤 가족들이 잠시 집을 비운 틈을 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은 진범으로 지목된 최모(32•당시 16세)씨가 사건이 발생한 2000년 수사 과정에서 불법 체포•감금, 폭행으로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세)씨를 시비 끝에 살해했다고 자백한 사건이다.

      당시 수사팀 막내였던 A 경위는 진범으로 지목된 최씨를 익산역에서 임의 동행해 여관으로 데려갔던 형사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A 경위는 지난달 25일 광주고법에서 열리는 재심 세 번째 공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돼 법정에 섰다.

      유족들은 "사건이 방송에 나오고 재심이 시작된 뒤 '괴롭고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A 경위가 사건과 관련해 심하게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전했다.

      A 경위가 충동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사건과 관련한 유서 등을 남겼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유서는 A 경위가 휴대전화에 임시로 저장한 '잘 살아라. 먼저 가서 미안하다.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라고 할 만한 것은 문자메시지가 전부"라며 "다른 내용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심을 담당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최씨가 진범이 아니라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진범에 대한 재수사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먼저 고인의 죽음에 대해 너무 안타까운 심정이다.

경찰 측 증인을 채택한 이유는 어느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리려던 것이 아니다"며 "초동 수사에서부터 잘못된 부분이 확인됐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심에 대한 판결을 앞두고 있다.

최씨가 진범이 아니라는 것은 기정사실과 다름없다"며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은 책임을 물리고, 또 진범이 있다면 빨리 재수사에 들어가야 더 이상의 피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최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됐고, 2010년 만기출소했다.

      판결 확정 이후에도 진범과 관련한 첩보가 경찰에 입수되는 등 초동 수사가 부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씨는 2013년 재심을 청구했으며 광주고법에서는 최씨가 불법 체포•감금 등 가혹행위를 당한 점, 새로운 증거가 확보된 점 등을 들어 재심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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