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딸기-팝콘등 50여가지 역사 속 탄생 비화 등 에피소드 담아

요즘의 시대는 미식의 시대인 것 같다.

좋은 것을 찾아 먹으려 하고, 다소 귀찮더라도 괜찮게 차려먹고자 한다.

TV에서는 음식프로가 넘쳐난다.

맛집을 찾아다니고,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소개한다.

사람들은 TV에서 소개한 레시피 대로 음식을 조리해 인증샷을 올린다.

특히나 혼자가 많아진 요즘, 혼자서라도 잘 먹고자하는 욕구가 커진 것을 새삼 느낀다.

‘혼밥’이라는 용어가 괜히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윤덕노의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더난출판사) 역시 음식을 이야기 하는 책이다.

더 나아가 음식의 역사다.

세계 각지의 전쟁은 다양한 필요에 의해 새로운 음식들을 탄생시켜왔다.

남녀노소 즐겨 먹는 카레라이스의 역사를 보자. 카레라이스는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의 골치를 앓게 했던 각기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음식이며, 오늘날 우리가 먹는 빨갛고 탐스러운 딸기는 18세기 첩보 활동의 산물로 태어난 과일이다.

이 책은 이밖에도 인도에서 영국,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건너온 카레라이스 같은 요리들의 기원과 변천사를 추적한다.

또한 스팸이나 건빵, 팝콘, 땅콩버터처럼 전쟁을 통해 우리 일상에 깊이 들어온 먹거리들의 역사 또한 되짚는다.

우리가 몰랐던 음식의 유래를 알고 먹는 재미가 있다.

팝콘은 원래 영화 볼 때 먹는 간식이 아니었다.

심지어 극장에 가지고 들어가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었다.

싸구려인 데다 지저분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설탕이 품귀현상을 겪자 초콜릿, 과자, 탄산음료처럼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극장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다.

‘영화 볼 때는 팝콘’이라는 공식이 생겨난 데 전쟁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또 음식을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도 살펴볼 수 있다.

기원전 2세기 중국 한나라의 명장 곽거병 장군은 황제가 하사한 술 한 병을 우물에 부어 병사 5만 명과 나눠 마시며 사기를 북돋아 연전연승을 이끌었다.

반면 광해군 때의 전라도 병마절도사 유승서 장군은 왜군이 쳐들어온다는 뜬소문을 믿고 각자 미숫가루와 짚신을 준비해두라는 지시를 내렸다가 전라도를 일대 혼란으로 몰아넣었고, 결국 파면을 당하고 말았다.

이 같은 이야기들 속에는 식사 자리에서 나눌 수 있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다.

우리가 곱씹어볼 만한 처세에 관한 교훈도 녹아 있다.

임진왜란에 큰 공을 세운 용장 한효순은 광해군에게 맛있는 더덕 요리를 만들어 바친 덕에 출세하여 세간의 조롱거리가 되었고, 2차 세계대전의 전쟁영웅 아이젠하워는 전선의 사병들이 먹는 소꼬리 수프를 함께 먹으며 국민적 인기를 얻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어떤 음식은 시대적인 필요에 의해 탄생하고 발달해간다.

전쟁과 같은 극한적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 책은 50여 가지의 스토리와 에피소드를 통해 늘 맛으로만 먹던 음식에 담긴 여러 가지 시대상과 인간상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모처럼 맛보는 별미에도, 습관적으로 먹는 먹거리에도 더욱 풍성한 맛과 의미를 더해준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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