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35억 종마를 두고 펼쳐지는 얽히고 설킨 건달들의 거침없는 이야기

이야기꾼 천명관이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이후 4년 만에 신작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예담)을 발표했다.

천명관 소설의 특징은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조다.

천명관의 책은 한 번 펼치면 끝을 보기 전까지는 쉬이 덮지 못한다.

그가 이끄는 이야기의 마력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천명관의 신작 역시 탁월한 이야기꾼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나이 삼촌 브루스 리>를 통해 격동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기구한 인생을 보여줬다면 신작에서는 건달들의 삶을 희화화시켜 한껏 조롱하면서도 동시에 이것이 바로 우리의 이야기임을 증언하는 블랙코미디를 보여준다.

정식 조직원을 꿈꾸며 형님 밑에서 애쓰는 어린 건달 울트라는 사설경마에 투자한 두목의 심부름으로 말을 손 보러갔다 우연히 종마를 훔쳐와 몰래 키우게 된다.

그런데 그 종마가 무려 35억짜리일 줄이야. 겁먹은 울트라는 종마를 끌고 도주하기 시작한다.

한편, 인천 연안파에서는 양 사장을 중심으로 밀수 다이아몬드를 노리고 각지의 건달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부산의 손 회장, 영암의 남 회장 등 연식이 오래된 굵직한 건당 두목들부터 냄새를 맡은 조무래기 양아치들까지 모이는 결전의 순간이 다가온다.

과연 다이아몬드를 손에 쥐는 것은 누구일까. 울트라는 35억 종마를 데리고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까 건달, 양아치, 삼류 포르노 감독, 대리 운전사, 사기꾼, 마사지사 등 밑바닥 군상들이 각자의 인생을 건 한 바탕 도박을 시작한다.

이 소설은 대하서사가 아님에도 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들은 저마다 팀을 이뤄 동일한 타깃을 향해 움직이고, 이야기는 쉴 새 없이 몰아친다.

오로지 목표물을 먼저 손에 넣은 자만이 진정한 승리자가 되는 것. 얽히고설킨 건달들의 조직도 안에서도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천명관의 이야기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아찔하게 펼쳐진다.

소설 속의 사내들은 평탄한 삶을 물려받지 못했다.

악다구니처럼 펄펄 뛰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내가 당하기 전에 먼저 상대를 공격해야 하는 생존의 법칙을 물려받았을 뿐이다.

구라와 허세, 험한 욕설을 무기처럼 장착하고 전장으로 나가는 수컷들의 삶을 작가는 냉소와 유머를 섞어 차지게 묘사한다.

그러나 허망한 인생들에게도 꿈과 순정은 남몰래 꿈틀거린다.

유일하게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연희(지니)는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남자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마력을 뽐낸다.

한번 붙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천명관의 이야기는 이번 소설에서도 계속된다.

예상과 추측을 벗어나 이야기는 생명력을 부여받아 제멋대로 나아간다.

인물들의 운명은 어찌 될지 짐작도 할 수 없다.

저자 천명관은 2003년 문학동네신인상 소설 부문에 <프랭크와 나>로 당선됐으며, 연이어 2004년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에 <고래>가 당선됐다.

그 이전에는 영화 <미스터 맘마>의 극장 입회인으로 시작해 영화사 직원을 거쳐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영화 <총잡이>,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는 영화화되기도 했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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