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소비 중심축 붕괴현상 심화 韓 월 210만원 소득도 중산층으로 연봉 최대 7천400만원까지 분류 '경기침체 악순환' 몰락 가속도 스스로 중산층이라 생각 안해 정부 정책 현실 따라오지 못해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산층의 붕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수치적인 중산층만 존재할 뿐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기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삶의 질에 대해 빈곤층이라고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소비의 중심축이 무너지면서 내수경기에 드리운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이에 중산층의 현재의 모습과 붕괴 원인에 대해 짚어봤다.

또한,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편집자주
 


#1. 두 살배기 아들을 키우며 맞벌이를 하고 있는 김지은(34·전주시 효자동) 씨는 가계부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고 하소연이다.

부부의 연봉을 합치면 약 6천만원(2015년 기준, 세전) 으로, 세 식구가 생활하기에는 부족해 보이지 않는 수입이다.

하지만 가계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고 김 씨는 볼멘소리를 이어갔다.

우선, 가장 큰 부담은 집 대출금이라고. 7년 전 결혼 당시 5천만원 전·월세로 시작, 돈을 좀 모은 뒤 아이를 갖자고 해 출산까지 미루고 ‘짠순이’ 소리 들으면서 돈을 모았다.

하지만 전세를 찾기도 힘들고 전세 값이 해마다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차라리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로 결정 2년 전 대출 1억원(고정금리 원금균등분할 상환)을 받아 아파트를 장만했다.

집을 산 뒤 아기도 낳았지만 지금은 괜히 아파트를 산 것 같아 후회가 든다고 김 씨는 말했다.

매달 120만원에 달하는 대출금과 양가 부모님 병원비, 아이 양육비 등으로 부부는 현재 노후대책은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더 어려운 가정에 비하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지만 나가는 돈이 이래저래 많다 보니 삶의 질은 절대 중산층이 아니다.

소득이 있어서 지원 역시 받을 수 없다”며 “무늬만 중산층일 뿐 빚을 갚기 위해 사는 건지 모를 정도로 삶이 피곤하다”고 말했다.
 

#2. 20여 년간 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아 5년 전부터 택시를 몰고 있는 50대 임모 씨는 항상 연년생인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두 아이 모두 중·고등학교에서 1~2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지만 등록금 부담 때문에 원하는 대학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임 씨는 “선행학습이다 뭐다해서 1인당 사교육비가 수십만원은 기본이다.

아내랑 둘이 쉼 없이 일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수 없다”며 “고맙게도 아이들이 먼저 괜찮다고 하더라. 정말 눈물이 나더라”고 말끝을 흐렸다.

아이들도 대학교에 진학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보태고 있지만 벌써 다음 학기가 걱정이라면서 빈곤층보다 더 못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임 씨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평범한 중산층들의 한숨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경제 침체로 인해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중산층 몰락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르면 중산층은 중위소득(소득 순서 중 정확히 가운데 위치 가구)의 50~150%에 해당하는 계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위소득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발표 기준으로 월 422만2천533원(4인가구 기준)이며, 연봉으로 따져보면 약 2천500만원~7천400만원 사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월 210만원도 중산층으로 분류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적으로 느끼는 중산층의 기준은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월 급여 500만원 이상, 배기량 2천cc 이상 중형차, 예금 잔고 1억 이상, 1년에 해외여행 1회 이상이라고 하니 정부의 기준과는 괴리가 클 수밖에 없다.

해서 정부의 중산층 회복 정책은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정책 공감대는 물론 효과를 내지 못하는 데다 내수 경제는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함에 따라 중산층의 몰락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은 경제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계층이다.

중산층이 두터워야 소비시장이 안정되고 경제를 받히기 때문. 중산층 없이 경제가 잘 돌아가길 바라는 것은 모래 위에 지은 집이 튼튼하길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3년 한국사회학회 조사결과 40~60%로, 1980년대보다 20% 안팎으로 감소했다.

중산층 중에서도 스스로를 ‘중산층 하’라고 생각하는 비중 역시 2년 전보다 5.7%p 정도 증가한 것으로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

소득과는 별개로 실제 체감하는 소득∙소비계층이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을 안 하니 소비를 줄이고, 그렇다 보니 내수가 침체돼 경기가 위축되는, 그야말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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