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용 언론인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달 사기·횡령죄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변호사 3명에 대해 업무정지 명령을 신청했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변호사에게 업무정지 조치가 신청된 것은 처음이다.

이들 변호사 3명 중 한 사람은 제명 처분을 받았다.

확정 판결 전 제명 처분도 첫 사례다.

그간 변호사는 비리 혐의로 기소돼도 무죄추정 원칙 등을 이유로 형 확정 전까지는 징계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변협은 이번에 법률 소비자들이 추가 피해를 볼 우려가 커 죄질에 따라선 미리 활동을 못 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비위가 심각한 수준이라면 변호사 활동이 평생 어려워질 수도 있다.

변협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변호사 징계 내역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징계 대상자의 성명과 생년월일, 소속 변회, 사무소 주소 및 명칭, 징계 처분 내역, 징계 사유 요지, 징계 처분 효력 발생일 등이 명시돼 있다.

변호사 징계 내역 공개는 2012년 시작됐는데 변호사법 개정을 통해 변호사 징계 정보 공개 제도가 도입된 데 따른 것이다.

홈페이지 게재 기간은 징계 수위에 따라 3개월~3년이다.

지난달 말 기준 공개된 징계 조치는 55건이다.

게재 기간이 지난 사례를 감안하면 올들어 공개 대상이 된 징계 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징계 사유는 다양하다.

변호사법 위반이나 품위유지 의무 위반, 성실의무 위반 등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월회비 납부 의무를 위반하거나 공익 활동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도박하다가 적발된 사례 등이 있다.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 위반 행위들이 많이 보이는데 변협에 전문분야 등록을 하지 않고 인터넷에 '전문' 표시를 사용하거나 '최고'라는 용어를 사용해 규정을 위반한 경우다.

이 정도는 약과일지 모른다.

사건 수임 또는 소개 대가로 금품을 제공하거나 수임 사건을 진행하지 않고도 선임료를 반환하지 않은 변호사들이 상당수다.

변론 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변호사,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변호사가 있다.

의뢰인의 판결금을 수령하고도 지급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진정인에게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한 변호사가 있다.

변론활동 없이 사건을 그대로 방치한 경우도 등장했다.

변호사로서의 자질은 고사하고 인성 조차 의심스러운 사례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수사 과정에서 허위 자백토록 하고 범인 도피 행위를 방조한 사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부당하게 이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위반한 경우도 있다.

징계 사유를 모아놓고 보니 걱정스럽다.

올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2015년 변호사 징계는 총 225건으로 나타났다.

2011년 30건인데 이후 매해 35건, 42건, 51건, 67건으로 늘었다.

국내 변호사 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전체 인원이 증가한 만큼 징계 대상도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징계 수위가 너무 가벼운 탓 아니냐는 지적을 무시할 순 없다.

변호사 징계는 영구제명 또는 제명, 정직, 과태료, 견책 등이 있는데 지난 5년간 과태료나 견책 등 경징계 처분을 받은 사례가 187건으로 전체의 83%를 차지했다.

정직 이상의 징계는 38건에 불과하다.

징계 10건 중 8건 이상이 가벼운 제재에 그쳤다.

같은 기간 일본의 경우 변호사 징계는 455건으로 이 중 188건(41%)이 탈퇴·제명이나 업무정지 처분이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징계 수위는 달라진다.

법조계 구성과 관례가 서로 다른 국가 간의 수치를 직접 비교하는 게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변호사의 비위 행위가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고 이는 분명 우려할 만한 일이다.

변호사 업계의 자정 노력과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변호사는 민형사 사건에 직접 관여하는 전문직이다.

사건 당사자를 대리 또는 변호하는 역할을 맡는데 법률 행위의 공공성에 비춰 공정과 정의, 신뢰가 업무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판·검사에 버금가는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된다.

사건 의뢰인의 이해관계에 너무 몰입하다간 곤경에 빠질 수 있고 상식을 뛰어넘는 수임료는 달콤하지만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스스로 절제하고 관리하는 데 자칫 소홀해지면 준법과 탈법의 경계선을 넘나들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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