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3일 232만 명의 시민이 전국의 광장에 결집했다 그 광장에는 40여년만에 보는 대학후배도 선배도 있었고, 같은 지방에 살고 있는 이웃 어르신도, 고등학교 동기도 후배도, 어린 두 아이를 대리고 나온 낯선 새댁도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 외에는 그 어떤 공통점도 없는 시민들은 서로가 서로를 보면서 격려를 받고 고마움을 느꼈다.

어떤 공통점도 없는 이들을 광장으로 결집시킨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애국심이다.

그것도 진정한 애국심이다.

국민이 선출한 적이 없는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과 3차례에 걸친 담화에서 진정한 자기반성을 하지 않고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만 하는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분노는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지만 박근혜의 퇴진요구를 위해 촛불을 들고 232만 명이 행동으로 나서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그리고 그 많은 인파에도 불구하고 질서가 지켜지고 평화롭게 시위를 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집회가 끝난 후 거리에는 휴지조각도 찾기 힘들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감탄하였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국가이다.

국민이 세계최고이니까.”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역사적 사건이다.

국가적 위기에 국민이 나서는 역사적 선례가 우리에게 많았지만 이번처럼 압도적 다수가 질서를 지키면서 평화롭게 시위를 하여 대통령탄핵을 관철시킨 경우는 없었다.

그런 면에서 2016년 촛불혁명이 성공한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높은 정치의식과 문화수준이 일등공신이다.

국민들은 일찍부터 박근혜의 지지도를 5%로 급전직하 시켜 사실상 불신임국민투표를 했으며 6차례에 결친 촛불시위를 통해 퇴진시키겠다는 그 확고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였다.

국정농단의 실체를 철저하게 파헤치고 수사한 언론과 검찰의 공로도 적지 않다.

또한 점진적으로 시위대의 청와대와의 접근 거리를 줄여나간 법원의 결정도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집회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되는데 일조했다.

그리고 여소야대의 총선결과 역시 매우 중요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소야대 덕분에 헌법이 보장하는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었고 국민의 힘을 결집하면 탄핵의결도 가능하다는 믿음이 질서있고 평화로운 시위를 가능하게 했다.

결국 수준 높은 국민과 잘 갖춰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제도들이 촛불혁명을 성공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점이 우리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허약하고 불안한 제도이다.

그렇지만 그 이상의 제도도 없다.

다시 한번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 위협요소를 줄여가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지금의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하는 재검토의 필요성도 있다.

또한 비선에 의존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이들을 사전에 철저히 검증하여 정치권에셔 퇴출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진봉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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