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아직도 수혜라고 생각하시나요?
나눔, 아직도 수혜라고 생각하시나요?
  • 이신우
  • 승인 2016.12.15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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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전체 사회복지시설 848곳 경기침체-최순실게이트 여파 커 사랑의 열매 모금 목표액 달성률 20% 전북 기업보다 개인 후원 비율 높아

‘세밑 한파’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경기침체의 긴 터널... 어수선한 시국에 ‘혼돈 사회’까지… 벼랑 끝 서민들이 마음 둘 곳을 잃어버렸다.

외롭고 쓸쓸한 복지관 할머니 가슴속에 ‘기부천사’는 언제쯤 날아들까? 연말연시 온정의 손길은 간절하기만 하다.

소외된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됐던 기업과 개인의 기부가 뚝 끊겼다.

‘김영란법’의 여파가 기부문화의 지형도를 바꿔놓은 듯하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악재도 터졌다.

사회 전반을 흔들고 있다.

기부는 나눔을 실천하려는 의지며 책임의 문제라는 한 복지시설 원장의 이야기가 귓가에 쟁쟁하다.

혼돈의 사회는 자랑스런 국민들이 지혜롭게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청탁금지법(김영란 법)도 시행됐지만 기부에는 제약이 거의 없다고 한다.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는 모든 사회복지시설에는 청탁금지법과 관계없이 기존대로 자유롭게 직접 기부할 수 있다.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연말연시, 따뜻한 손길을 바라는 소외이웃들이 많다.

연말연시 눈에 띄게 줄어든 기부 실태와 복지시설의 현장을 둘러보고 복지철학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경기침체… 어수선한 사회… ‘사라진 온정’   후원과 기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제가 어렵고 어수선한 사회일수록 소외계층은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관심에서 멀어지고 후원자들도 ‘돕겠다’는 의식에서 소홀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주시내 노인, 장애인, 여성, 아동 등을 위한 사회복지 생활시설은 292곳.경로당을 포함한 사회복지 이용시설 656곳을 더해 전체 사회복지시설은 무려 948곳에 이른다.

저소득층 가구수는 부지기수다.

기초생활수급자(1만8,200세대 2만9,729명), 차상위계층(8,083세대 1만8,906명), 소년소녀가정•위탁가정(174세대 178명), 한부모가정(2,161세대 5,546명)이 수두룩하다.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필요하다.

연말연시가 되면 더욱 그렇다.

매서운 한파를 견뎌낼 따뜻한 외투 한 벌이 그립다.

그런데 후원과 기부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나마 사회를 훈훈하게 데워주던 기부천사들은 실종된 듯한 분위기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동중단 위기를 맞고 있는 군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의 안타까운 현실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도내 기업들의 후원과 기부는 미약하다.

사회도 어수선하다.

‘최순실 게이트’가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연말연시 기부는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랑의 열매’ 모금액도 심상찮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에 따르면 올해 모금목표액은 59억8,000만원이다.

하지만 올해 12월 14일 기준 현재까지 모금실적은 11억9,723만여원으로 달성률 20%에 그치고 있다.

전년동기(11억5,581만여원) 대비 실적률은 103.6%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난해보다 일주일 빨리 시작한 모금활동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국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전국 모금목표액은 358만8,000만원이다.

하지만 전국의 전년동기 실적률은 39.9%로 ‘반토막’에도 못미친다.

전북은 지난해보다 일주일 앞당겨 지난 11월 21일 모금을 시작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류하일씨는 “도내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후원과 기부가 줄어드는 분위기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어수선한 사회 상황으로 대기업이 빠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후원이나 기부 비율을 10으로 봤을 때 기업(3)보다 개인(7)의 비율이 높은 전북의 경우 개인의 온정이 식어버린 상태”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14개 시군 전체를 대상으로 나눔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주연탄은행에 답지하는 후원금은 전년대비 10%로 줄었다.

도내 1만1,000여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고 있어 이들 한 가구당 200~300장을 지원하려면 적어도 300만장이 필요하다.

이들을 모두 지원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올해는 70만장을 목표로 잡았다.

3,000~4,000가구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한 것이다.

후원이 많이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따뜻한 구들장 서민들은 행복할 수 있다.

전주연탄은행 윤국춘 대표는 “경제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요. 시국상황도 뒤숭숭 하잖아요? 게다가 포근한 날이 많은 겨울날씨 때문인지 독지가들의 후원도 느슨해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전주장애인종합복지관 김정수씨도 “경기침체와 지역사회의 혼란한 분위기 등으로 후원하시는 분들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 최근에는 후원금시스템인 CMS자동이체 도움을 주던 후원자들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해지요청이 많아지고 있지요. 금융기관을 찾아가 개인적으로 해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고 아쉬워했다.

동암재활원 진태호 사무국장은 “2~3년 전부터 후원이나 기부가 많이 줄었어요. 명절이나 연말 아니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시설을 잘 아는 사람들의 후원도 뚝 끊겼고요. 시나 도에서 주는 보조금 외에는 몇 십 만원의 금일봉이 전부인 셈입니다”고 말했다.

 

▲<르포>-온정 끊긴 복지시설 ‘찬바람만…’  

“후원이 다 뭐여. 누구 하나 반갑게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 할 일 없는 노인들 몇몇이 모여 입맛만 쩝쩝 다시고 있제~”전주시 완산구의 한 노인복지시설 할머니의 푸념이다.

15일 오전 전주시 완산구 한 노인복지시설에는 20여명의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거실과 방 한 켠에 웅크리고 앉아 쓸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말 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할머니. 45도 굽은 허리에 거실을 오가며 연신 두리번거리는 할머니.앙상한 광대뼈, 초췌한 모습. ‘세월의 강가’에서 서성이는 할머니들의 잔상이 맴돈다.

이 노인복지시설에는 최근 독지가 발길이 뚝 끊겼다.

시설 관계자는 “올해 유난히도 개인 기부나 후원을 찾아볼 수가 없네요. 있는 것이라곤 월정액을 내주는 몇몇 개인 후원자들뿐이죠. 이마저도 1년에 조금씩 나눠서 들어오다 보니 액수는 그리 많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부가 뚝 끈기다 보니 할머니들에게 좀더 많을 것을 해줄 수가 없어요. 그냥 근근이 삼시세끼 허기를 달래는 정도에 불과하죠”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다만 “오전 내내 쓸쓸하게 보내는 시설보호(종일 거주) 할머니들이 오후가 가까워 오면 각자 집에 있다가 복지시설을 찾아오는 주야간 보호(재가 후 시설보호) 할머니들을 반갑게 맞으며 웃음꽃을 피우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사람을 찾는 것 만큼 행복한 일이 없다”고도 말했다.

이곳 종사자들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하루 일정표에 따라 어르신 모시기에 누구 못지 않게 극진하다.

아침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할머니들을 맞고 배웅하는 ‘송영 서비스’를 마치고 10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에는 가족환영, 인사하기, 기초건강체크를 한다.

어르신들의 무료함을 깨우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 시간의 끝나면 11시까지 건강체조에 차를 마시며 이야기도 나눈다.

점심시간 전까지는 레크리에이션도 펼친다.

오후에는 인지활동과 웃음치료, 운동처방도 빼먹지 않는다.

오후 늦게 다시 ‘송영 서비스’로 하루를 마감한다.

이 노인복지시설은 방문요양을 하는 곳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시설이 아닌 집 등 주거지에서 ‘방문요양’을 받는 어르신 쓸쓸하기 그지 없다.

연말연시 가진 것은 별로 없지만 어르신 모시기에는 여념이 없다.

다만 부쩍 줄어든 후원과 기부가 아쉬울 따름이다.

 

▲따뜻한 나눔의 미덕이 필요한 때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이나 노인, 어린이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면 큰 힘을 이루듯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 때 소외계층의 삶은 행복하게 변화할 수 있다.

나눔은 누구나 실천 가능하다.

어린이의 용돈을 통해서, 직장인의 월급으로, 주부의 생활비 일부를 할애해서라도 참여할 수 있다.

삶의 일부를 나눌 줄 아는 마음과 절실히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지원을 받는 사람들은 둘 다 모두 행복해 질 수 있다.

나눔을 위해 참여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기부를 비롯해 현물기부, 요즘에는 재능기부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기부를 실천하는 것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후원하는 금품은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8호에 규정된 ‘다른 법령•기준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에 해당해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부터 어려운 이웃이나 사회복지시설 보호위한 성금 전달이나 연탄•김치 후원 등은 ‘기부금품법’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따라 이뤄지고 있으며 개인이나 단체•기업 등은 기부금영수증을 받고 있다.

후원과 기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수선한 사회일수록 소외계층은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관심에서 멀어지고 후원자들도 ‘돕겠다’는 의식에서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

 

▲(BOX)인터뷰-한빛노인복지센터 임석기 대표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한빛노인복지센터 임석기(54) 대표를 만났다.

기부와 후원에 대한 임 대표 만의 철학과 센터 운영의 애로점을 들어봤다.

“기부나 후원은 받는 사람이나 시설 위주가 아니라 주는 사람 위주죠. 베푼다는 것은 주는 사람 마음대로라는 거예요. ‘책임’이라는 것보다 ‘수혜’의 개념이다 보니 자선사업의 개념이 강한 거죠. 하지만 이런 생각은 바람직하지 못해요. 여유 있는 사람들은 여유 없는 사람들이 있기에 부유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죠. 그래서 후원이나 기부를 할 때는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임 대표는 “기부나 후원을 ‘수혜’로 보지 말고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더 벌었으니까 나눈다’는 개념이 아니라 더 벌게 해준 원인 자를 찾아보면 책임의 의미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그는 “후원의 얘기를 꺼내면 아쉽고, 도와달라는 얘기를 하기가 꺼려진다.

후원을 해달라는 얘기를 남들에게 쉽게 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이는 후원과 기부를 바라보는 임 대표 나름대로의 지론이다.

그는 “오래 전부터 나빠졌던 경기 침체가 올해는 더 심화된 것 같다.

최근에는 사회적 혼돈도 한몫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개인 후원이나 기관, 기업의 후원도 거의 사라져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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