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태 전 기업은행부행장

연말연시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사자성어를 많이 쓴다.

겉보기에 평범한 이 말에는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지난 한해 동안 겪은 어렵고 불행했던 일들을 서로 위로하고, 새해에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어느 한해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을까마는 저무는 병신년만큼 그런 해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새해 인사를 마음 편히 건네기엔 우리 앞의 현실이 너무 엄혹하다.

하지만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새해는 항상 가슴이 설레고 마음이 벅차다.

언젠가 좋아지리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새해도 지난해보다는 다소 나아지기를 바라는 소박한 소망에서 좋은 대학이나 취업, 결혼, 자녀를 갖게 해달라는 등의 갖가지 청원하는 소망들을 성당이나 사찰 및 교회에서 묵상과 기도는 물론 해맞이 일출을 보면서 간절히 이루어지기를 기도와 구원을 청한다.

열의 열 사람에게 연초에 큰 소망이 무언가를 말하라면 합창을 하듯 “가족건강”이라고 말하듯 “건강”이 제일 소중하다.

“돈을 잃으면 적게 잃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새해가 되면 다시금 실감하게 되니 말이다.

새해를 맞게 되면 흔히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며 막연하게 앵무새 인사를 반복해서 대부분 주고받는다.

곰곰이 생각하면 누구나 복은 듬뿍 받고 싶은데 복이 들어와야지 복을 받지 하고 투정과 푸념을 늘어놓는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고 올해부터는 “새해 복 많이 지어 세요”라고 적극적이고 현실적으로 와 닫고 필링이 오는 능동적인 인사를 한다면 복이 만들어진다고 한 목사님 말씀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속담이 있듯이 복 받을 씨를 많이 심고 투자를 해놓고 결실이나 소득의 복덩어리와 운 덩어리를 기대해야 할 것이다.

요즘 같으면 경기 침체로 앞만 보고 가기도 힘든 빠듯한 삶이지만 대부분 옆도 살피고 뒤도 돌아보며 이웃과 착하게 지나고 선한 마음을 나누고 공덕을 꾸준히 쌓는 것은 복과 운이 만들어져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기를 알게 모르게 기다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연말연시가 되면 새해 한 해의 소망들로 머리에 가득하여 성취되기를 마음속으로 은근히 바라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우선이지만 요즘은 경기가 안 좋아 장사가 잘되고 취업자리도 많이 생겨 ‘돈 잘 벌게 해 달라’는 소망이 건강보다 앞선다니 실물경기가 바닥으로 살기가 힘든 해를 맞이하게 돼 마음이 착잡하다.

어느 한해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을까마는 지난 병신년만큼 그런 해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새해 인사를 마음 편히 건네기엔 우리 앞의 현실이 너무 엄혹하다.

정유년 새해를 우리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연장선에서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방이 암울하지만 그렇다고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일출 직전의 어둠이 가장 짙다고 했다.

그런 희망을 움켜쥐고 힘과 용기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소추로 온 국민이 전례 없는 홍역을 치렀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 헌정사는 크고 작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나라가 흔들릴 때 국민은 대동단결해 절망과 고난을 극복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이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상은 윤곽을 드러냈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고,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고, 땀 흘려 일하면 누구나 잘살 수 있고, 착한 사람이 손해를 보지 않는 공정한 나라를 국민은 열망한다.

이제 지체할 여유가 없다.

새해 벽두의 어둠을 뚫고 우리는 새로운 역사의 대장정에 올라야 한다.

동틀 무렵이면 국민의 꿈과 희망이 가득한 대한민국으로 우뚝 서기를 염원한다.

새해에는 꽁꽁 얼어붙은 경기가 봄눈 녹듯이 빨리 녹아내려 바라는 ‘소망’들이 성취되기를 손 모아 합장한다.

돈도 벌고, 취직하고, 결혼까지 이루는 새해 소망이 산 넘어 남녘에서 따뜻한 봄바람 타고 오도록 열심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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