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옳고 자네도 옳다”는 황희 정승 식의 스타일을 매우 싫어하는 편이지만, 이번 건에 대해선 생각이 조금 다르다.

이른바 전북독자권역 설정을 놓고 펼쳐지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간 설전 말이다.

민주당 말도 틀린 게 아니고 국민의당 주장도 잘못된 건 아니다.

둘 다 맞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전북의 낙후 탈피와 전북 몫 찾기라는 큰 틀은 양 당 모두 같다.

어떤 식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른 차이가 있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전북 발전을 위해 전북을 독자권역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호남을 분리하지 말고 호남이 통째로 커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 측 입장 차이는 호남에서 광주전남과 전북을 나누느냐 아니면 지금처럼 하나로 묶어 발전시키느냐에 있다.

물론 지역 정서를 본다면 전북이 호남권역에 묶여 손해를 봤다는 쪽이 더 많을 것이다.

어찌됐든 양 당 주장의 핵심은 같다.

현재 호남이 낙후됐고 특히 이 중에서도 광주전남보다 전북의 낙후 사정이 더 심각하다, 이런 이유로 이번 대선에선 어떤 류의 전략과 방법을 사용하든 반드시 전북을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전북이 제 몫을 확실히 찾자는 것, 그 방식을 두고 현재 논란이 이는 중이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인정하듯 전북의 현황은 매우 좋지 않다.

특히 정부 인사와 예산 분야에서 전북은 호남 몫으로 묶여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어왔다.

전례를 보면 공공기관이 광주전남에 다수 포진하거나 장차관 인사에서 전북이 역차별을 본다든가 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전북의 새만금에 대해 전남에서는 J 프로젝트를, 전북의 군산공항에 대해 전남에선 무안공항 활성화를 주장하는 등 도민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전북홀로서기는 오랜 기간 전북의 주요 선거 이슈였다.

전북 표심이 광주전남과 묶여 호남 표심으로 발휘되지 말고, 전북 표심이 자체적으로 캐스팅보트가 되자는 것이었다.

캐스팅보트가 돼야 권력자들이 차기 선거를 고민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전북 표심을 우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방선거에서나 국회의원 총선에서 그리고 대선에서도 전북홀로서기와 그에 대한 전략은 최대 쟁점, 이슈로 떠올랐었다.

주요 정당이 모두 전북 발전을 선거 기치로 내세웠지만 전북은 선거 이후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했다.

지금 이 시점에도 여전히 전북은 호남권역으로 묶여 상대적 피해를 보는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전북독자권역 주장과 내용은 다르지만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호남파이를 늘리자는 것 역시 전북 발전을 위한 전략이다.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전라감영이 있었던 전북은 과거 호남의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호남에서도 변방이 됐다고 지적한다.

유 의원은 호남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이 과정에서 전북이 다시 호남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논지를 편다.

호남 전체 규모를 키우자는 것이다.

영호남의 대결에서 호남이 피해를 봐 왔듯, 앞으로는 호남의 힘과 전체 파이를 더 크고 강하게 만드는 데 주력하자는 말이다.

전북독자권역 설정, 소지역주의에 대한 양 당간 비난 강도는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이런 경쟁이 가열되면 전북의 낙후 현황은 타 지역에도 알려지게 된다.

대선 유력 주자들도 전북 민심 추이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흑묘백묘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으면 된다.

양당간 비난과 경쟁이 전북 발전을 이끌어내는 순기능 역할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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