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개봉된 최민식, 하정우 주연의 영화 ‘범죄와의 전쟁’. 이 영화는 주먹 넘버원 형배와 로비의 신 익현은 함께 힘을 합쳐 부산을 접수하기 시작하고, 두 남자 앞에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가 펼쳐진다.

부산의 밤거리는 조직 대 조직 간의 피 튀기는 이전투구. 이로 인해 지역사회는 서서히 망가져가고 있었다.

법보다 주먹이 앞서던 시대였던 1980년대. 이는 과거의 일이 아니다.

최근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혈투를 벌였던 폭력조직 일당이 무더기로 잡혔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11월 17일 새벽, 전주 시내 장례식장에서 무려 조직폭력배 42명이 뒤엉켜 집단 난투극을 벌였던 것이다.

시민을 공포로 몰아넣는 대형 폭력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이내 ‘전주판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사건 발생 3개월여 만에 이들을 일망타진하기에 이른다.

패싸움에 가담한 이들은 사실상 전북 전주 시내 세력을 양분해오던 월드컵파와 오거리파 조직원들. 두 조직은 그간 앞 다퉈 세를 키우면서 클럽 운영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서민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는 등 악행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로 적대적이었던 이들은 이날 새벽 전주의 한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욕설과 폭언을 일삼다 감정이 격해져 미리 준비한 둔기를 꺼내 들어 휘둘렀고, 7∼8명이 부상했다.

작심하고 나선 경찰에 조직폭력배들은 속속 쇠고랑을 찼다.

장정 40여명이 소위 연장을 들고 피 튀기며 싸웠을 모습을 상상하니 섬뜩하기만 하다.

잡힌 이들은 대부분이 20~30대였다고 한다.

한창 공부하고 직장에서 일해야 할 나이다.

사회는 왜 이들이 이렇게 되도록 내버려뒀단 말인가? 조폭의 활개는 정녕 이들만의 잘못이고, 우리의 사회적 책임은 없는 것인가? ‘범죄와의 전쟁’을 보며 문득 진정 국가가 전쟁을 선포해야할 대상이 무식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20~30대 조폭들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사실 권력자들의 잔심부름꾼에 불과하다.

진정 국가를 개조하고 싶었다면 오히려 권력자들에게 전쟁을 선포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가장 나쁜 놈은 형배가 아니라 익현이다.

그리고 그와 결탁해 뒤를 봐주고 각종 이권을 챙겨 먹은 경찰, 검찰, 정치인 등 그들이 영화의 부제목 "나쁜 놈들 전성시대"라는 문구에 가장 부합하는 세력들인 것이다.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비서실장, 민정수석, 정무수석 등 소위 권력의 핵심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대에 서고 있다.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권력을 휘두르고도 법 위에 굴림하며, 떵떵거리며 살아온 이들. 진짜 조폭보다 무서운 사람들은 바로 이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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