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1군업체 전무-2군업체도 줄어 맥못추는 건설산업 지역경제 직격탄 호반-중홍등 광주전남업체 시장 뺏겨 그나마 민간사업 추진 제일-계성 선방 업체-금융권-정부 정책적 지원 절실

전북건설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군 업체를 배출하지 못했고 2군 업체마저 2개로 줄어드는 수모를 겪고 있다.

전북건설의 위축으로 도내 주요 건설공사마저 외지업체들의 잔칫상으로 전략했다.

건설 산업이 힘을 쓰지 못하자 지역경제도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에 전남과 광주지역 업체들은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주요 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늘어났고 이를 발판으로 전국 건설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남과 광주지역 업체들의 성장과 도내 건설업체들이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1군 없는 전북건설, 끝없는 추락

지난해 도내 신규 아파트는 2008년 이후 최대인 8천127세대를 분양했다.

아파트 청약경쟁률도 평균 2.23대 1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그러난 지난해 도내 아파트 분양대금 2조5천399억원 가운데 지역 업체 비율은 1.4%로 351억원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외지업체들의 잔칫상이었다.

문제는 주택건설에서만 초라한 성적표를 거둔 것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북건설의 위상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종합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에서 전북건설은 4년 연속 1군 업체를 배출 하지 못했다.

시공능력 평가액 5천억원을 넘는 전국 55개 1군 업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평가액 1천억원을 넘긴 2군 업체도 2개로 전년도보다 3개나 줄었다.

지난 2010년 1군 업체는 전국에 167개로 당시 기준 금액인 1천100억원을 넘는 도내 업체는 모두 6곳이었다.

이듬해에는 절반인 3곳, 2012년에 1곳(1군 기준 1천700억원 이상)으로 급격히 줄었고 이후 1군 업체를 배출하지 못했다.

업체 등급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건설공사 수주의 중요한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전북건설의 실적 악화는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아파트 건설로 높아진 전남․광주건설의 위상

반면에 전남과 광주지역 건설은 날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0년 기준 1군 업체수는 전국 167개의 10%가 넘는 18곳에 달했다.

2011년에는 16개로 줄었으나 전국 1군 업체가 163곳으로 줄어 여전히 10% 이상을 차지했다.

2012년도에도 전국 120개 1군 업체 가운데 11곳이 전남과 광주지역 업체였다.

1군 업체 평가 기준이 5천억원으로 크게 오른 2013년도의 경우도 전남과 광주지역 업체들은 3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후에도 꾸준히 1군 업체가 늘어 2016년도 평가에서는 6개로 늘어났다.

전국 1군 업체 수는 2013년 52곳에서 2016년도 55곳으로 거의 늘지 않았음에도 전남과 광주지역은 2배로 늘어났다.

시공능력평가액으로 보면 전남과 광주지역 업체들의 성장은 더욱 빛났다.

2010년도 시공능력평가액 4천107억원이었던 호반건설은 전남․광주지역 5위, 전국 62위였으나 지난해에는 2조3천295억원으로 지역 1위, 전국 13위로 올라섰다.

또 중흥건설도 2010년도 2천174억원으로 지역 8위, 전국 104위에서 지난해 8천58억원으로 지역 3위, 전국 33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미건설은 같은 기간 지역 순위는 4위로 변동은 없었으나 평가액은 4천183억원에서 7천608억원으로 크게 늘어나 전국 60위에서 36위로 24계단이나 상승했다.

라인건설의 성장은 더욱 돋보였다.

2010년도 시공능력평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지난해에는 6천889억원으로 전국 40위,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시공능력평가액이 크게 늘어난 전남․광주지역 건설업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들 업체 모두 공동주택 건설 등 활발한 민간사업을 벌였다는 것이다.

호반건설의 경우 ‘베르디움’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앞세워 전북은 물론 전국 혁신도시에 대규모 아파트 공사를 진행했다.

중흥건설과 우미건설도 각각 ‘S클레스’와 ‘우미린’이란 브랜드로 전북 등 전국 각지에 대규모 아파트 공사를 성공시키며 입지를 넓혔다.

라인건설은 이지건설, 동양건설산업 등을 인수 합병하고 자체 아파트 브랜드로 수도권을 공략해 성장했다.


△신규 ‘민간사업’에 적극 나서는 건설업계

최근 정부의 SOC사업 축소 방침에도 불구하고 ‘민간사업’에 매진했던 전남과 광주지역 건설업체들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좋아진 주택경기에 맞춰 아파트 건설 물량을 크게 늘린 덕분이다.

특히 삼성과 현대 등 대형 건설사들이 주춤한 사이 수도권 등 전국으로 진출해 아파트 브랜드를 알리며 시장을 선점한 전략이 먹혀들었다.

호반건설은 2007년 시공능력평가액 2천698억원에서 지난해 2조 3294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성장하는데 성공했다.

또 중흥건설은 같은 기간 동안 평가액을 1천856억원에서 8천58억으로 끌어 올렸다.

같은 계열사인 중흥토건 역시 지난해 6천482억원을 기록하며 1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성장을 기반으로 중흥건설은 자산규모 7억원을 넘겨 재계순위 40위로 올라섰고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결과적으로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등은 전국구 건설사로 꼽히며 대형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들 업체들은 정부의 주택건설 규제 정책 등으로 주택시장이 어려워지자 다른 분야의 민간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주택 건설 사업 성공으로 모인 자본을 기반으로 도시정비사업과 뉴스테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 토목전문업체를 인수해 도로, 터널 공사 등에도 진출할 준비를 마쳤다.

이런 흐름은 비단 전남과 광주지역 업체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인 GS건설은 기존 아파트 사업에서 시니어주택과 단독주택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부영건설은 지난 2015년 문을 열었던 제주도 관광단지의 호텔․리조트에 추가로 1천380실 규모의 호텔 4개를 지을 예정이다.

또 서울에 호텔 2곳을 건설하는 것과 인천에 테마파크 건립 등의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서울의 대규모 정비사업을 수주하는 등 민간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다.

이와 함께 수질 및 유독물 환경관리 대행업과 건설업을 접목시킨 관광단지 조성사업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 건설사들 모두 건설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사업’ 시장에 공을 들이고 수익 다각화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살기 위해 ‘민간사업’ 개발해야

반면에 전북지역 건설업체들은 현상유지에도 힘든 상황이다.

지난달 22일 도내 종합건설협회 41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진행된 실적신고 결과 총실적금액은 지난해 대비 0.9%(243억원) 증가한 2조6천55억원에 그쳤다.

다행스럽게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멈췄지만 속을 들어다보면 도내 건설업체들이 더욱 어려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실적 신고의 1위와 2위는 제일건설과 계성건설로 모두 주택건설 등 ‘민간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한 업체였다.

특히 계성건설은 늘어난 민간사업 실적으로 지난해 도내 실적신고 7위에서 2위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다른 업체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종합건설업의 손익 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50억원 미만 업체 비율이 전년도 64.8%에서 66.9%로 2.1%p 증가했다.

실적신고 1위인 제일건설이 전년대비 421억원의 실적을 높였지만 다른 업체들의 실적 하락으로 총실적금액이 243억원 상승하는데 그친 것이다.

도내 건설업체들의 실적 부진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민간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북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역 건설업체들이 대부분 정부나 지자체가 발주하는 SOC 등 공공사업 수주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 실적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다”며 “정부의 SOC사업이 줄면서 민간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았던 도내 업체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미 정부 규제 등으로 침체되고 있는 신규 주택건설 사업을 추진은 난망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경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자본력이 부족한 도내 건설사들이 최고가입찰제로 진행되는 대형택지분양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사업이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며 “특히 금융권에서 도내 건설사들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인 분위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지역민들이 대형건설업체의 아파트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주택경기마저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어 주택 건설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전북 건설시장의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의식 있는 업체들이 적극 투자에 나서는 한편 금융권의 지원과 정부의 정책 변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최홍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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