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군인 시절 '사회나눔' 목표 분재 키우기부터 관련서적 읽어 2008년 귀농 본격 꾸지뽕 선택 시행착오 계산 작은 면적 시작 1년간 37곳 영농조합 방문해

최근 번잡한 도심을 떠나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귀촌을 고민하거나 은퇴 이후 삶을 위해 귀농을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전라북도도 지난 2012년 광역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귀농귀촌지원센터’를 열고 귀농․귀촌인 유치에 적극 나섰다.

특히 전북혁신도시에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수산대학 등이 이전하면서 전라북도가 귀농 1번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희망’을 안고 귀농한 이들이 정착한 농촌 주민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다시 도심으로 떠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농도 전라북도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이미 정착한 귀농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봤다.
/편집자주


지난 2001년 육군 대령으로 예편을 한 농업회사법인 유한회사 새만금유기농꾸지뽕 이정모(66)대표. 국내 대형 금융회사의 임원과 수도권의 한 중소기업 대표까지 지냈지만 귀농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한 것은 한적한 ‘전원생활’을 꿈꾸는 막연한 귀농이 아니었다.

이미 정해진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육군에 근무하면서도 만학도의 길을 걸었고, 군 예편 후에는 안정적인 귀농을 위해 다시 취업해 수도권에서 직상생활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귀농 시작에 앞서서도 ‘전략’을 짜고 ‘목표’를 위해 조심스럽게 발을 들였다.

다른 귀농인들의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성공 사례를 듣기 위해 1년여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는 열정의 사나이, 이정모 대표가 강조하는 귀농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구체적인 ‘목표’와 철저한 ‘준비’

이정모 대표는 30여 년 가까운 직업군인 생활과 7년의 수도권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2009년 4월 자신의 고향인 김제에서 귀농인의 삶을 시작했다.

막연한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이 아닌 구체적인 ‘목표’와 철저한 ‘준비’로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남보다 빨리 안정적인 귀농에 성공 할 수 있었다.

이 대표의 귀농 결심은 군복무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71년 직업군인이 된 이 대표는 고향을 떠나 전국 각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은퇴 후를 고민하게 됐다.

초기에는 막연하게 고향에 돌아와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 대구의 모 부대에 소령으로 근무하면서 목표가 생겼다.

이 대표는 “군복무를 하던 중 ‘사회 나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대구대 사회복지과에 편입해 주경야독으로 사회복지사 1급 자격을 취득했다”며 “나중에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되면 주변을 돌아보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단순한 목표가 생겼다”고 회고했다.

‘사회 나눔’이란 목표가 생긴 뒤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의 핵심은 ‘먹고 사는 문제’였다.

군인을 예편한 뒤 연금만으로는 지속적인 나눔은커녕 안정적인 노후 생활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나눔을 위해 안정적인 소득을 고민하다보니 ‘귀농’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1980년대 당시 사회분위기를 고려하면 농업만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발상이 쉽지 않았지만 차근차근 준비를 이어갔다.

먼저 농업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가지기 위해 사무실에 분재를 키우기 시작했고 관련 서적을 꾸준히 읽으며 농업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을 계속했다.

시간이 흘러 지난 2001년 5월 육군 대령으로 예편하면서 귀농의 기회가 생겼지만 재취업을 선택했다.

아직 자녀가 대학을 다니고 있어 가계수입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정모 대표는 “연금만으로는 가족 생계를 책임 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재취업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며 “경제적인 상황이 끝난 2008년에서야 본격적인 귀농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귀농 아이템으로 준비한 것이 ‘꾸지뽕’이었지만 이마저도 바로 재배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는 “고향인 김제에서 전원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지역을 고르다 보니 모악산 자락이 눈에 들어왔다”며 “또 금산사 등 유명 사찰이 근처에 있어 ‘꾸지뽕’을 지역 상품으로 특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 최적지라 여겼다”고 밝혔다.

적합한 농장 부지를 찾아 나섰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농사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거칠 적은 면적을 계획했다.

하지만 최적의 조건이라고 생각된 부지의 면적이 계획했던 것보다 5배는 넓었다.

결국 계획을 변경했다.

이 대표는 “초기 계획은 1천평으로 출발해 자리를 잡아가면서 늘려가려고 했지만 처음부터 기업형으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초기 비용이 늘어난 만큼 시행착오를 줄어야 했기 때문에 더 치밀한 계획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2008년 귀농을 시작하려던 계획은 잠시 보류됐다.

대신 이미 정착에 성공한 귀농인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1년 동안 37곳이 넘는 영농조합을 방문하며 성공담을 듣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것도 쉽지 않았다.

자신들의 노하우를 쉽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공한 농장에 들려 수십만원의 농산물과 가공품을 사며 들은 이야기를 꼼꼼히 메모했다.

이를 통해 좋은 농산물 생산만큼이나 홍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이에 대한 전략도 마련했다.

드디어 2009년 4월 오랫동안 준비했던 ‘사회나눔’을 하기 위한 새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연간 1억원을 나눌 수 있으면 귀농이 ‘성공’한 것”

이정모 대표의 목표는 ‘연간 1억원의 사회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귀농을 하면서 자신과의 약속한 금액이다.

현금으로 매년 1억원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농사를 짓고 이를 상품화한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나눔을 위해서는 현금이 아닌 현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철학이다.

그는 “100만원을 현금으로 기부하는 것은 1회성으로 끝날 수 있지만 이 돈으로 농사를 지어 기부한다면 보다 큰 가치를 선물할 수 있다”며 “시한부가 아닌 반영구적으로 나눔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귀농한지 9년차에 접어든 상황이지만 벌써 꾸지뽕 농사를 통해 매출 1억원 이상을 5년 동안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농산물과 가공식품 판매로 1억5천만원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 김제시 노인복지시설 등에 2천만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하고 있다.

또 이런 나눔 활동이 확산되길 희망하면서 인근 마을에 토종 꾸지뽕 묘목 5백여주를 무상공급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귀농 준비과정과 농사를 지으며 힘들었던 것들을 정리해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멘토를 자청했다.

김제시와 함께 귀농인들을 위한 강의와 1년에 4차례 정도 농장 자체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정모 대표는 “농장이 잘된다는 소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강의와 체험행사를 시작하게 됐지만 농사가 힘들 정도로 요청이 많아 1년에 4차례 정도만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며 “예비 귀농인들이 조기 정착해 나눔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교육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끝없는 연구로 지속 가능한 농업 만들 것

이 대표는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다.

남들이 하는 꾸지뽕이 아닌 어려운 ‘유기농’을 선택한 것도 성공을 위한 것이었다.

좋은 제품을 위해 유기가공식품과 6차 산업 인증을 받아 직접 생산하는 등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고객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깊다.

지난 2009년 처음 꾸지뽕을 구입했던 회원카드를 아직도 꺼내보며 상담했던 내용을 계속 되새기고 있다.

처음 꾸지뽕을 구입한 이유와 이후 어떻게 좋아졌는지, 상품에 대한 불만은 무엇인지를 꼼꼼히 적어둔 회원 6천여명의 기록은 최고의 보물이자 노하우다.

또 신상품 출시에 앞서 수없이 인터넷 검색을 하며 가장 많이 찾는 검색어를 찾는 과정을 통해 제품 이름을 만들고 있다.

매출을 높이기 위해 신제품 연구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유기농꾸지뽕 진액골드에 이어 7월에는 국내 최초 꾸지뽕쌀국수 컵면을 출시했다.

올해는 간편식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선식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정모 대표는 “둘째 아들이 농수산대학에 편입해 수업을 받는 등 성공적인 농업 사업을 위해 농장을 가업으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며 “2015년에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돼 올해 인증사회적기업을 앞두고 있는 등 경쟁력 있는 농업기업으로 키워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홍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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