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의 아름다운 이름짓기(naming)가 공직사회의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는 소식이다.

딱딱하고 건조한 이름 대신 신선하고 선명성 있는 네이밍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시의 정책이나 사업을 직관성 있게 전달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엄마의 밥상’이다.

부서에서 올라온 사업명칭을 보고 ‘엄마의 밥상’으로 이름을 바꾼 사람은 다름 아닌 김승수 시장. ‘엄마의 밥상’은 지난해 10월 세종시에서 열린 지방자치박람회에서 우수정책으로 소개돼 유명세를 탔다.

지난 1월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전국 지자체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소득층 학생들에 도서를 지원하는 사업인 ‘지혜의 반찬’의 경우는 몸을 위한 양식이 ‘엄마의 밥상’이라면 마음을 위한 양식은 ‘지혜의 반찬’에서 찾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좋은 네이밍’이 ‘알맹이 있는 정책’으로 발전된 사례다.

민원실의 새로운 이름 ‘끝까지 동행 민원실’은 ‘민원실’이라는 이름을 뺄 수 없다는 담당부서의 의견을 곁들여 절충한 사례다.

청년들의 소통공간인 ‘비빌’은 '맞대어 문지르다, 버무리다, 억척스럽게 버티다’라는 의미를 가진 '비비다’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는 청년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혜의 원탁’, ‘한줄기 빛 금융복지상담소’, ‘온두레 공동체’, ‘첫마중길’, ‘전주책방’, ‘전주다움’ 등은 전문가의 의견으로 제안돼 결정된 이름이라고 한다.

‘아중호수’의 경우 농용수를 공급하던 오랜 시절의 아중저수지 의미가 사라져 ‘호수’로 바꾸자는 오정화 시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명명됐다고 한다.

‘난해한 네이밍’은 일반인들에게 환영 받지 못한다.

BK21(Brain Korea 21)가 그 단적인 예다.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에도 불구, 일반인들은 괄호 안의 영단어를 빼면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

특정인들의 전유물처럼도 느껴진다.

철저하게 한자말로 무장한(?) 단어도 있다.

‘공공부조사업(公共扶助事業)은 극빈자 또는 자연적이고 인위적 재해에 의해 발생한 이재민들의 구호사업의 의미다.

생활보호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한자를 모르면 감으로 때려잡는 수준의 해석밖에 도리가 없다.

사람만 이름을 잘 지어야 하는 게 아니라 사업의 명도 잘 지어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름하나에도 정성을 쏟는 시정의 모습, 이는 곧 시민들에게 보내는 행정의 서비스이자 애정의 발로일 것이다.

뒤늦게나마 공직사회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는 전주시의 네이밍들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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