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회 장명식 교육위원장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초 발생한 세월호 사건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

단적으로 지난 1월 서울 지하철 화재 사건을 보면 국민들의 국가와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당시 열차 내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한 상황에서 방송으로 ‘기다려달라’라는 기관사의 지시가 있었지만 100여명의 시민들은 믿을 수 없다며 지시를 무시하고 자력으로 문을 열고 대피하였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시민들의 자력구제는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시민들의 추측대로 화재 시 내부지침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고 시간이 지연되었다면 자칫 큰 사고로 번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서울시와 서울메트로가 입장을 밝히고 체계적 내부 규정이 부재한 데에 사과하고 내부지침을 보강하겠다고 밝혔지만 국가적 재난 이후에도, 국가기관의 달라지지 않은 모습에 국민들의 불신은 한층 더 강해졌다.

  서울 지하철 화재 사건 때와 같이 시민들의 자력구제가 매번 효과가 있다면 좋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평상시 혹은 위기 시에 지켜야 할 규칙을 무시하고 개개인이 벌이는 독자적 행동은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무질서함이 사회 안전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악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특히 어느 정권에서도 공정성을 자랑한 대학입시영역에서 비선실세 자녀의 입학비리가 알려지면서 사회 어느 곳에서도 공정함을 담보할 수 없다는 데 국민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반복되는 부패와 비리들로 인해 국민들이 주어진 제도와 규칙의 작동에 대해 의심을 품고 순응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경제적 비용을 훨씬 상회한다.

따라서 사회 제도와 규칙의 작동을 다시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의 회복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

  올해 국민들이 관심을 지켜보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고 비선실세들의 정경유착 비리가 밝혀지면서 점차적인 적폐청산이 시작되고 있는 추세이다.

더불어 정치비리로 파생된 경제비리 역시 법의 심판 위에 올라와 있다.

정치․경제 주요 인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사회 전반의 개혁으로 반드시 이어진다고 담보할 수는 없지만 이는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해 디뎌야 할 첫 걸음임은 자명하다.

국민들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인 ‘법’이 이번에는 과연 공정하게 작동할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만일 이번에도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면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불신은 계속해서 잔존하여 체제의 정상적 작동에 제동을 걸게 될 것이다.

따라서 새 정부 출범과 별개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적폐청산은 원칙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지도자의 자리는 공석이다.

정치권에서는 곧 있을 선거를 위해 여러 공약을 내세우며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적 공약의 실행에 앞서 사회 전반적인 체제를 정상화시키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앞으로 새롭게 구성될 정부의 최우선적인 과제가 되어야 한다.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고 새로운 정부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미워도 다시 한번’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건설적인 비판이 필요하고 새 정부는 이러한 민의를 잘 수렴해 불통의 정치를 종식시키고 소통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다.

향후 어떤 인물이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현재 국민 모두에게 퍼져있는 불신을 종식시킬 수 있는 인물이 빈자리를 채워줬으면 하고 희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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