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40년대 뉴올리언즈 재즈선율 'All of Me'-'Am I Blue' 등 명곡 과거 경제 호황 미국사회 한 단면

조석창기자의 '한장의 음반'
릴리안 부테-Music is my life

자유분방함이란 이런 것일까?

우연하게 접한 음반 하나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재즈 가수 릴리안 부테(Lillian Boutte)의 ‘뮤직 이스 마이 라이프(music is my life)’는 1930~40년대 뉴 올리언즈의 전형적 재즈 선율을 선보인다.

당시 미국은 뉴 올리언즈에서 태동된 재즈가 전국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때였고, 동부와 서부는 각각의 형태로 발전했다.

1950년대 들어 이른바 ‘음악감상용’ 쿨 재즈가 도입되기 전까지 재즈는 어깨를 들썩이며 흥겹게 듣는 장르였다.

사람들은 왁자지껄한 술집에서 술을 마셨고 무대에는 어김없이 밴드가 나와 재즈를 연주했다.

사람들은 술에 취하고 노래에 취했고 재즈는 이를 기반으로 발전했다.

경제적으로 호황을 누렸던 당시 미국사회의 한 단면이다.

언급한데로 이 음반은 당시 음악이 만들어지고 연주되는 시대상황을 기반으로 한다.

매쾌한 담배연기에 술 취한 사람들의 주정소리 그리고 이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이름 없는 밴드의 싸구려 음악. 지나친 비약일 수 있지만 첫 느낌은 그랬다.

음반은 촌스러움 그 자체다.

촌스럽고 싸구려 티가 물씬 풍기는 선율이 첫 곡부터 이어진다.

릴리안 부테의 목소리 또한 별반 다름없다.

머리에 큰 꽃이 달린 흑인여인을 담은 음반표지도 무지 촌스럽다.

갑자기 부테에 대한 정보가 궁금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보다 관련 정보가 없다.

‘잘 못 샀다’는 후회감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무지에서 나온 잘못된 것이란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전정보 없이 음반을 접하다보니 오히려 접근이 쉬워진다.

싸구려 냄새가 났던 곡들은 재즈의 기본 선율에 충실한 채 연주가 되고 있으며, 반주를 맡았던 그녀의 음악친구들 솜씨도 나무랄 데가 없이 훌륭하다.

촌스럽게 느껴지던 목소리가 다정다감하고 정겹기만 하다.

예전부터 들어왔던 익숙한 소리로 바뀌게 된다.

녹음연도를 보니 1989년 음반이다.

비교적 최근에 녹음했는데 음악성향은 1930년대이다.

‘타임리스(Timeless)’란 발매사 이름을 보니 이해가 간다.

처음 들어본 레이블이지만 초창기 재즈를 전문으로 발매하는 곳으로 여겨진다.

수록된 11곡 어느 하나 허투루 들을 수 없다.

이 중 ‘All of Me’, ‘Am I Blue’는 릴리안 부테와 음악친구들의 기량이 물씬 느껴지는 필청곡이다.

오랜 만에 소장음반 하나를 추가하며 오늘도 촌스럽기 그지없는 음반 표지를 바라보고 있다.


아티스트 : LILLIAN BOUTTE

제작사 : TIMELESS

레이블 : TIMELESS

출시일 : 1999년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