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섭 군산고 교장-수필가

지난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치열한 선거에서 이겼다는 오만이나 자랑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는 언제나 따뜻한 배려와 보살핌, 국민의 아픔을 보듬는 자애로움이 있었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까지 익숙하지 않은 장면들을 보면서 큰 감동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예산 한 푼 증액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법조문의 글자 하나도 고치거나 바뀌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세상이 달라지게 한 힘은 무엇일까?그것은 사람의 힘이다.

사람 하나가 어떤 마음과 눈으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이처럼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5월 10일 이후 우리 국민들 중 대한민국의 뉴스 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80%를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즈음은 장관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대미 외교문제 등과 연결되면서 논란이 일어나기도 하였지만, 그럼에도 대통령이 초심을 잃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의 촛불 민심과 그의 대통령 당선을 바라보면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언제 우리 교육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허투루 생각한 때가 있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충분히 살피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시장경제의 무한경쟁에 휘말리면서 교육을 출세와 성공의 수단으로 여겼던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가진 자, 배운 자들이 더 그러했다.

이웃을 배려하고 베풀 줄 아는 것, 더불어 사는 지혜는 교과서 속 한 귀퉁이에서 늘 작게 외치고 있었을 뿐이다.

늘 경쟁에서 이기는 멋진 승부를 연출하는 것에만 우리는 올인해 온 것이다.

그저 시장과 경쟁에서 살아남는 교육을 줄곧 이야기해 왔던 게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에 인간이 지닌 다양한 가치와 존엄을 존중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최근 자사고와 외고 폐지 논란이 일어났고 새정부는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다.

다른 분야와는 달리 교육만큼은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 실현에 두어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자사고와 외고 문제는 처음부터 차별과 소외에 방점을 둔 정책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들이 훗날 국가지도자 되었을 때, 어떻게 가난한 자들의 고통과 낮은 자들의 아픔을 이해하겠는가. 이런 제도 속에서 사람의 본질과 가치는 수단으로 전락되어 버릴 것이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들의 논리는 여전히 자기중심에 있을 뿐이다.

지난 번 대선에서도 이런 표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았는가. 생각하면 참으로 우울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한 지도자가 국민을 보듬어 안은 그 따뜻한 모습이 어찌 일시적인 작전이나 연출로 가능하겠는가. 그의 삶 속에 스며들어서 습관으로 굳어질 때 가능한 일이다.

불의에 항거하고, 짓밟히는 인권에 눈물을 흘렸던 그의 일관된 삶이 일궈낸 보편적 가치이다.

대부분의 기득권들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그들만의 리그에 순종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으며, 불의에 직면해서는 제 몸 지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멀리 갈 것 없이 탄핵정국에서 순응주의에 빠진 자들의 몰락을 우리는 얼마나 애처롭게 바라보았는가. 이런 점에서 사람다움을 일깨우는 교육, 사람이 중심이 되는 교육이야말로 여전히 새 시대를 여는 화두이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영민한 두뇌를 가진 자의 생각이 왜곡되면 나라가 위태로울 수 있다.

명문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여 출세 가도를 달렸던 사람들이 보여준 맹목적 순응주의는 한 개인과 그가 속한 공동체까지 몰락시키고 말았다.

잘못되어가는 상황을 뻔히 보면서도 자신의 안위와 출세만 살폈을 뿐, 그 어디에도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은 없었다.

최근의 국가적 소용돌이는 우리에게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진실을 존중하고 그것을 지키게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기득권에 편승하여 기회를 잡는 식의 교육은 이제 버려야 한다.

이웃을 사랑하고 조직의 민주성과 건강성을 지켜가는 교육을 해야 한다.

약자의 슬픔에 함께 울게 하고, 강자의 횡포에 함께 분노하게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사람이 소외되는 교육은 언제라도 이 땅에 세월호와 같은 참사, 저 런던의 그렌펠 타워의 화마를 불러들일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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