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판결 파기 직위 유지 위법 인식 등 권리행사 남용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요구한 특정 감사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전주지법 형사1부(장찬 부장판사)는 14일 김 교육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이로써 무죄 판결은 파기됐지만, 이 형이 확정될 시 김 교육감은 직위를 유지할 수 있다.

선출직인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은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받거나 다른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직위를 상실하는데 김 교육감은 금고보다 처벌이 약한 벌금형을 받아 직위 상실형을 피하게 됐다.

이날 재판부는 "교과부가 도내 각 고교에 감사자료 제출 요구 공문을 직접 발송하면서 감사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할 경우 과태료, 징계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도 교과부의 감사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라는 지시가 행정감사규정에 반해 위법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피고인이 이 훈령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더라도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사항을 축소·기재하는 수정지침 시행을 지시하는 행위를 넘어서 교과부의 감사자료 제출까지 거부하도록 지시한 것은 직무 행위의 필요·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양형 이유에 대해선 "피고인이 이전에 아무런 형사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고 교과부 감사가 위법하고,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해 범행을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 때문에 입시 등에 별다른 혼란이 초래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면, 이 범행은 피고인이 교과부 감사와 관련해 교육청 공무원들과 산하 학교장들에게 감사자료 제출을 거부하도록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사안으로 그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국가기관인 교과부의 정당한 감사가 방해됐고 그런데도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기까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범행을 부인하는 점 등을 불리한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교육감은 "이 사건은 박근혜 정권에서 자행됐던 교육 폭력에 저항하던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무시한다거나 넘어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자 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벌금형을 선고를 받았지만, 위안이 되는 건 우리 학생들을 방어함으로써 학생들의 앞길이 막히지 않아 위로를 받는다"면서 "국가폭력에 대해선 누군가는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교육감은 학생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어떤 희생을 해서라도 지켜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판결이) 우리 아이들을 지키다가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인생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변호인 측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교육 자율권 침해에 대해 자위권 발동으로 한 행위를 재판부가 형법의 고의 과실 개념으로만 좁은 시각으로 판단했다"며 즉시 상고할 뜻을 내비쳤다.

한편 김 교육감은 지난 2012년 말 교과부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지침과 관련한 특정 감사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러 전북교육감 재선에 성공한 김 교육감은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미룬 혐의로 기소돼 무죄 판결을 받는 등 교육부와 각종 시민·사회단체, 학부모 등으로부터 17차례 고발됐다.

대부분 무혐의 처리됐고 이 중 세 차례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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