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한 해였다.

국민의 힘으로 이룬 정권교체는 촛불민심의 뜨거움만큼이나 새로운 희망을 품게 했고, 사회구조의 변혁과 더불어 진정한 지방자치시대의 개막을 기대하게 되었다. 

 이러한 바람과 기대는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정부가 개헌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변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듯하다.  

 정부는 지난 10월 26, 지방자치의 날에 맞춰 지방자체단체의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 ‘자치분권 로드맵’을 공개했다. 아울러 대통령이 직접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국정목표로 ‘자치 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 자치권을  헌법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또한, 내년부터 국가기능의 과감한 지방이양을 추진하는 ‘지방이양일괄법’의 단계별 제정을 추진하고 주민투표 확대, 주민소환 요건 완화 등 주민직접참여제도도 확대하겠다고 밝혀 지방분권형 개헌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정부가 발표한 ‘자치분권 로드맵’을 자세히 살펴보면, 과세자주권과 자치입법권을 확대하는 쪽으로 지자체의 권한이 강화된다. 

 과세자주권은 지방의회가 세목을 만들면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걷을 수 있게 되는데, 이의 과용을 막기 위해서 법률과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한도 안에서 가능하다. 또 자치입법권을 확대해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는 자치법규를 만들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행 헌법은 ‘법률에 규정된 사항만 할 수 있다’고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나, 이를 완화하여 지자체별로 환경에 맞는 규정을 만들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개념을 확실히 하기 위해 현행 헌법상 ‘지방자치단체’ 명칭을 ‘지방정부’로 변경한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으니, 바로 지방분권의 핵심사항인 재정분권이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대 2 수준으로, 우리가 내는 세금의 80%를 국가가 가져간 후, 지방정부는 다시 그 예산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하는 모순된 구조다. 

 중앙정부의 통일성 있는 예산 정책도 좋지만, 지역 실정에 맞지 않는 정책이나 예산배분은 또 다른 종류의 낭비인 셈이다.

최근 몇 해간 일어난 누리예산 문제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현실적인 예산갈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던가. 정부는 현재의 8대 2수준의 비율을 6대 4로 만들어 지방정부의 재정권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추진계획의 일정을 못 박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성장 전략을 취해왔다. 그 결과 수도권은 비대해지고 지방은 낙후되고 피폐해졌다. 지역적 갈등과 경제 격차도 날로 커지고 있다. 불균형한 국가 발전은 모래위의 성과 같아서 미래의 발목을 잡는 잠재적 불안요소다. 

 바라건대, 재정분권을 명시한 지방분권형 개헌을 통해 법제적인 토양 위에 든든한 지방분권 국가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무엇보다 개헌은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이번 개헌을 통해 형식과 내용에 있어 주민들이 ‘지역의 주인’이 되는 진정한 지방자치시대를 열 수 있도록 모두의 큰 관심과 지지가 있기를 희망한다.

/김명지 전주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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