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유통업계 한시름 덜어
음식물 상한액 제외 불만 커
한우농가-외식업계 '시큰둥'
법 취지 흐려질 것 우려 높아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이하 김영란법)‘ 개정안에 대한 관련 업계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과수·화훼농가와 농산물 가공업체를 비롯해 유통업계는 한시름 놓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한우농가는 시큰둥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있으며 외식업계는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12일 국민권익위원회가 김영란법 개정안을 통과 시킴에 따라 이에 대한 도내 농축수산업계, 유통업계, 외식업계의 반응을 살펴보니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지었다.

시민들 역시 경조사비 감축은 반기면서도 시행 1년 만에 법안을 개정한 것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등 온도 차가 컸다.

  권익위는 지난 11일 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인 이른바 ‘3·5·10’ 규정을 ‘3·5·5’로 바꾸는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단, 선물비의 경우 상한액을 5만원으로 유지하되 농축수산물과 원료·재료의 50% 이상이 농·축·수산물인 가공품에 한해 상한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우선, 이번 개정안을 가장 크게 환영한 과수농가와 농산물 가공업체는 법 개정이 다가오는 설 명절 이전에 이뤄진 만큼 제대로 된 상품을 구성해 선보일 수 있으며, 매출 역시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명절 대표적인 선물인 사과와 배는 김영란법 시행 이전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경조사 화환 제공 시 현금과 함께할 때 5만원까지 가능, 현금 없이는 현행대로 10만원까지 가능함에 따라 화훼농가와 꽃집들도 한시름 덜게 됐다는 분위기다.

여기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도 설·추석 명절 매출 부진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그동안 김영란법으로 농축수산물 선물 판매가 급감하면서 농가와 함께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우농가나 인삼 재배 농가는 이들과 사뭇 다른 표정이다.

개정안이 부결되는 것보다는 낫다면서도 10만원으로는 침체된 고급육 시장과 인삼 가공업계에 활기를 불어넣기에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국한우협회 전북도지회 정윤섭 회장은 “농축수산물 선물액이 상향 조정돼서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한우농가의 현실을 따져봤을 때 이번 결정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으며, 진안의 한 인삼농가도 “품목별로 가격대가 다른데 이렇게 결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뿐”이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일식집이나 한정식 전문점 등의 외식업계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외식업계 역시 줄도산이 이어지는 등 크게 위축됐음에도 이번 개정안에서 음식물 상한액이 제외된 것은 문제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주시 효자동 일대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한 주인은 “임대료나 인건비 상승은 생각하지도 않느냐. 이번 결정은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난하며 “김영란법 시행 이후 손님들 발길까지 뚝 끊겼다. 외식업계의 어려움도 알아 달라”고 하소연했다.

이들 업계의 반응만큼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만만치 않게 들었던 경조사비가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내려 다행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인 가운데 시행 1년이 조금 지나 법안을 손 댄 것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상황.

직장인 류재근(29) 씨는 “한 번 빗장이 풀리면 계속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 법이 시행되기 전에 신중했어야 했다”며 “주변에서도 이를 계기로 법 취지가 흐려지지 않겠느냐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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