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희야, 그 곳에선 그 누구보다 사랑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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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신우
  • 승인 2018.01.04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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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희양 실종사건 친부-내연녀 암매장 밝혀져
아이 암매장후 여행-생일상 차리는 치밀함 충격
2016년 존속범죄 2235건 전년대비 2배 늘어
가족 공동체의식 보다 개인행복 중요시돼
경제적 문제등 친족 범죄대상 죄의식 옅어져
보육시설 아동 장기결석-학대 정황 살펴야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제도 보완 필요
생명가치-인간의 존엄성-사회적 관심 중요

지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 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인면수심의 잔혹한 존속범죄 관련 사건들에 대해 공분을 표출하고 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으로, 마음이나 행동이 몹시 흉악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지난해 말 고준희(5)양의 친부 고모(35)씨와 내연녀 이모(35)씨, 내연녀 모 김모(61)씨가 연출한 촌극인 거짓 실종신고 및 시신유기, 아동학대 사건을 비롯해 친모가 4살과 2살된 아들과 15개월 된 딸을 화재로 위장해 살해한 사건, 막내아들이 부모를 살해한 사건,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 등 연이어 터지는 존속범죄 패륜 사건으로 온 국민들이 충격을 금치 못하며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실제 잔혹한 존속살해 사건인 ‘원형이 사건’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이처럼 줄지어 발생하는 존속범죄 사건은 갈수록 처참하게 일그러져 가는 현대 가족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간 지켜온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부모도, 자식도 믿을 수 없는 천륜을 배반한 사건들이 발생되면서 우리사회의 ‘생명 존중의 가치와 존엄성이 상실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인면수심의 잔혹 극치를 보이며 갈수록 늘어나는 우리 사회의 존속범죄 실상을 들춰내 분석하고 문제점과 향후 대책 방안 마련 등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주  

▲준희양 시신유기 공모 잔혹한 가족들…인면수심 작태에 공분

최근 발생한 전주에서 고준희양 시신유기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끝내 ‘거짓실종 사건’으로 무려 현상금이 500만원까지 걸렸던 이 사건은 결국 친부 고씨와 내연녀 이씨, 내연녀 모 김씨까지 모두 연루되며 잔혹한 아동학대 및 존속범죄 사건으로까지 수사가 확산되고 있다.

딸 준희양을 군산의 한 야산에 시신을 유기했던 친부 고모(35)씨와 내연녀 이모(35)씨, 내연녀 모 김모(61)가 경찰조사에서 자백하며 구속된 가운데 이들이 범행 직후 벌인 ‘인면수심’ 작태가 온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으며 공분을 사고 있다.

이들은 준희양을 차가운 산속에 시신을 유기한 한 뒤 1박2일 일정으로 경남 하동으로 여행들 다녀왔다.

준희양 시신을 유기한 지 이틀만이다.

이 같은 사실의 경찰의 통신수사 결과로 드러났다.

또 친딸을 암매장 한 다음 날인 지난해 4월 28일 고씨는 인스타그램(SNS 일종)에는 집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건담 사진과 함께 “따블오건담 세븐소드 기본체 완성! 하루 정도 쉬었다가 무장드가야지”란 글이 태연하게 올라왔다.

그는 범행 이후에도 태연하게 건담 사진과 설명글을 SNS에 올리며 관심은 온통 ‘건담’ 뿐이었다.

더욱이 준희양을 유기한 고씨와 김씨는 준희양과 같이 생활하는 척하며 물리적 폭행 등 아동학대도 남몰래 감행해 온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확인됐다.

고씨는 준희양을 보살피던 내연녀 모 김씨에게 준희양이 숨지고 나서도 양육비 60만~70만원을 매달 송금했다.

이들의 자택에 준희양의 인형과 장난감을 진열해 놓기도 했다.

김씨는 이웃들에게 아이를 키우고 있는 척 위장하며 준희양 생일인 지난해 7월 22일에 “준희 생일이라 미역국을 끓였다”며 이웃들과 나누는 치밀한 가식 행위도 보였다.

또 내연녀 이씨는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고씨와 아중지구대를 찾아 준희양이 없어졌다면서 허위 실종신고를 하는 뻔뻔한 행위도 벌였다.


▲갈수록 늘어나는 존속범죄 왜 일어날까?

그동안 과거지사에는 사실 드물었던 존속범죄가 갈수록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범카메라 확대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범죄 예방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가족 내 안전'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4년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정성국 박사의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비속)살해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06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존속살해 사건은 381건이다.

같은 기간 전체 살인 사건의 5%로 미국(2%)과 영국(1.

5%) 등의 3~4배 수준이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지난해 9월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존속범죄 현황'을 보면, 2013년 1141건이었던 존속 상대 살해·폭행·감금·협박 등은 매해 늘어 2016년에 2배(2235건)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책임감 없이 가족을 구성하고 자녀를 낳은 이들도 그만큼 늘었다"면서 "누군가는 져야 할 가족 의무는 여전한데 책임 의식은 약화되고 대체할 규범이 없다.

'광주 3남매 화재 사건'처럼 미숙한 부모가 개인의 행복이 충족되지 못한 분노를 유약한 자녀에게 푸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배울 기회도 점점 사라지고 잇는 실정이다.

예전엔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에서 이를 체득했지만, '구시대적'이라고 치부되며 이를 가르치고 배울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개인의 행복감을 강조하다 보니, 가족 같은 전통적 공동체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없다"며 "가정을 그냥 강압적인 가부장제라고 생각하게 되면, 반발심이 폭력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범죄 대상으로 친족을 고르는 것에 대한 죄의식이 옅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와 함께 지나치게 빨리 진행된 산업화가 '위험한 가족'을 양산했다는 지적도 흘러 나왔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충분히 시간을 두고 산업화가 이뤄진 영국 등은 국가가 가족 내 돌봄 의무를 맡는 형태에 익숙하다.

우리는 여전히 가족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이는 부양받는 것에만 익숙하다 보니 가족 간 돌봄, 특히 경제적 지원에 대한 기대나 여력이 충족되지 않을 때 큰 분노와 실망을 느낀다는 것이다.

특히 유독 국내에서 '돈' 때문에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이 빠르게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고령사회로의 진입은 이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천륜 저버린 존속 범죄는 비틀린 가족주의가 문제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족간에 이뤄지는 존속범죄는 ‘천륜을 저버린 행위’로 크게 지탄을 받고 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가치관이 다른 성인들이 모여 살다 보면 ‘가족 스트레스’가 높아져 갈등과 폭력이 유발될 수 밖에 없다”면서 “부모가 자식에게 유산을 줘야 한다는 식의 상속제도가 ‘부모 돈은 내 돈’이라는 생각을 낳아 존속살해를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특히 가족 대상 범죄는 재산 문제가 표면적으로 발생한 경우에도 그 안을 살펴 보면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과 스트레스, 열패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존속살해가 순수한 금전적 문제로 발생하기보다 사회적 실패로 인해 부모에게 의존하는 과정에서 열등감이 증폭, 차별을 통해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13년 전주 일가족 살인 사건 범인은 아버지가 형에 비해 자신을 차별한 행태에 불만이 컸다고 한다.

분노에 의한 우발적 범행도 여전히 많다.

2000년 ‘이은석 부모살해’ 사건이나 지난해 2월 ‘인천 계양구 부모살해’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무론 증오에서 출발하더라도 철저한 계획범죄로 발전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박주호 전북지방경찰청 프로파일러는 “전주 일가족 살인 사건은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으로 출발했지만 강박적 사고를 가진 범인이 한 달 넘는 준비와 세 차례 시도를 거치며 매우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뿌린 씨앗, 내가 모두 거둬가겠다’ 식의 비틀린 가족주의도 지적할 수 있다.

가족을 떼낼 수 없는 집단으로 여기다 보니 ‘이 사회에서 버려지면 어떻게 하냐’는 걱정이 깊어지면서 ‘가족 살해 후 자살’을 택한다는 것”이라며 “‘다 같이 죽는 게 행복하다’가 아니라 ‘가족이라고 해서 상대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는 게 정상”이라고 조언했다.


▲가정 내 아동학대건 사회적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최근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자가 준희양 사건처럼 모두 취학 전 아동으로 조사돼 미취학 아동에 대한 학대관리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전북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도내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4년 1,288건이던 신고는 2015년 1,165건, 2016년에는 1,775건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전국적으로도 2016년 기준 아동학대가 2만8,482건이 발생했고, 이 중 0~6세 취학 전 아동이 전체 학대 아동의 24.7%를 차지했다.

학대를 받은 아이 4명 중 1명이 미취학 아동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인천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던 11세 아이가 부모에게서 맨발로 탈출한 사건과 2016년 평택에서 아동을 학대하고 암매장 한, 일명 ‘원영이 사건’ 등을 계기로 지난해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했다.

취학 예정 아동이 입학일로부터 이틀 이내에 입학하지 않거나 이틀 이상 무단으로 결석하면 학교장이 보호자에게 경고조치하고, 결석이 계속되면 읍·면·동과 교육청에 통보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방시스템은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안 된 6세 이하 아이들에겐 작동하지 않는다.

지난 2016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아이가 이유 없이 장기간 결석하면 교직원이 가정을 방문하도록 하고, 아이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도록 매뉴얼이 만들어졌지만, 강제력이 없는 권고 사항일 뿐이다.

또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지 않는 아동은 외부에서 아동학대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준희 양도 지난해 3월 말부터 어린이집에 가지 않았다.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미취학 아동은 지난해 기준 10만3,0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20%가량(4,890여 명)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 다니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동은 시설에서 학대 정황을 살피게 되어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제재가 없어 실효성이 낮고, 가정에서 이뤄지는 학대는 외부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미취학 아동 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리시스템이 크게 미흡한 수준”이라면서 “미취학 아동을 살필 수 있는 적극적인 보호 관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취학 아동학대 예방·사후관리 강화, 영유아 양육환경 상시 점검 필요

기존의 아동학대 관련 정책은 사후관리 중심에서 탈피해 철저한 사전·사후 관리와 미취학 아동에 대한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준희양도 지난 2016년 5월 친모 A씨에 의한 학대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행위가 가볍다는 이유로 같은해 12월까지 아이의 상태 등을 전화로 확인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후 지난해 3월 친모와 한차례 더 전화로 아이들의 상태를 묻고 마무리했다.

이후 친부와 함께 산 준희 양은 지난해 4월부터 어린이집에 나가지 않고, 사망했지만 실종신고를 할 때까지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장치와 사후 관리 등을 강화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아동학대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구속이나 수사 대상이 아닌 경미한 학대의 경우에도 학대행위자와 비가해보호자에 대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교육 및 심리치료 등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이와 함께 미취학 아동 관리를 위해 필수 예방접종이나 건강검진·출생신고 등을 하지 않은 영유아 가정에 대해 상시적 양육환경 점검을 통해 아동의 안전을 확보하고, 부모에게는 양육방법이나 아동학대 예방교육 제공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생명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 사회저변 재인식 중요

이번 준희양 사건을 분석해보면 생명 존중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로 일관해 연극까지 꾸몄다.

게다가 경찰 공권력을 농락하며 전면 실종 수색 등 큰 행정력까지 낭비시켰다.

이처럼 현재 대한민국의 곳곳에서 많은 아이들이 사랑 받아야 할 부모에 의해서 핍박을 받고도 철저히 위장되고 은폐돼 있는 모든 범죄 가능성을 우리는 절대 간과할 수는 없다.

생명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 이 시대에 우리 사회가 작은 관심만 가졌더라도 사전에 예방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과 각성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 한 관계자는 "우리 사회는 가정 내 일탈 행위를 사적인 영역으로 치부하고 외부 개입을 지나치게 꺼린다"며 "고준희양 사건 등을 돌이켜 보면 우리사회가 관심을 가지면 막을 수 있었던 일들을 ‘개인주의 만연’이라는 이름으로 방치해 두고 있던 것은 아닌지 한번 되돌아봐야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같은 사건들을 거울삼아 앞으로 아이들이 마음 놓고 자유롭게 사는 세상, 어르신들이 황혼을 아름답게 보낼 수 있는 세상,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 생명 존중과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밝은 세상이 도래되기를 기대해본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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