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무대는 나의 것"-도립국악원 창극단 박현영

입단 2년만, 쟁쟁한 선배들 제치고 주연 캐스팅
음악적 스타일 변화로 새로운 이미지 만들어
"명성보다 희로애락 같이하는 소리꾼 되고싶어"

2018 무대는 나의 것.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박현영  지난해 전북도립국악원은 대형 창무극 ‘청년 이성계’를 선보였다.

그 전에 선보였던 ‘이성계, 해를 쏘다’가 평이 좋지 못한 것을 감안한 국악원은 이번 작품엔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해 완전히 다른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신인 단원들을 과감하게 주연으로 내세운 것을 비롯해 모든 것에 수정을 기했다.

이번 무대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이성계 역할을 맡은 국악원 창극단 박현영 단원이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우렁차게 때론 능글맞게 무대를 장악했다.

작은 키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대 위 그의 모습은 거대했고, 내부르는 소리는 객석을 장악했다.

입단 2년 만에 큰 작품의 주역을 맡았으니 긴장도 될 법 했지만 별다른 일 아니라는 투의 웃음으로 화답한다.

“캐스팅이 됐을 때 사실 만감이 교차했다.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 할 정도로 큰 역할을 맡게 됐다. 실력이 부족한 것을 알지만 오히려 좋은 기회로 여겼다.”

하지만 막상 하면 할수록 주연배우의 무게감을 절실하게 느꼈다.

한창이나 부족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됐다.

성취감은 이후 문제였다.

“무대에 올라서니 관객 눈이 보이지 않았다. 몸이 이른바 몸치로 무용도 부족했다. 연습을 할수록 후회가 막심했지만 이왕 시작한 것, 끝을 보고 싶었다.”

부족한 연륜 탓으로 관객과 소통하지 못한 그는 이번 무대를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소중한 경험을 얻게 됐다.

전주 출신으로 한국전통문화고와 전북대 한국음악과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도립국악원 연수생에 들어간 게 오늘의 자신을 만든 계기였다.

잠시 휴식기를 가진 후 6학년 때 정식으로 소리길에 입문했다.

김영자, 김일구 부부 명창이 유일한 자신의 스승이다.

“어린 시절 꿈은 개그맨이었다. 사람을 웃기는 탁월한 소질이 있다. 그런데 판소리도 사람을 웃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을 알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포함하면 18년 동안 소리공부를 했다.

하지만 아직은 모든 것이 힘든 상황이다.

군대를 다녀온 후 슬럼프에 빠진 적도 있었다.

2년 넘게 쉬니 목이 생목이 된 것이다.

그만 둘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지만 스승 김영자 명창의 권유로 현재 위치까지 왔다.

타고난 성격이 느긋하고 여유로워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여긴다.

남들 다 어렵다는 소리공부도 ‘어렵지 않다’고 한다.

다만 자신이 부족할 따름으로 여긴다.

발상의 전환으로 동일한 대상을 어떻게 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짐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이 부족할 뿐 소리공부는 매우 재미있다고 여기는 것도 같은 이치다.

지난해는 정신없이 지나갔다.

대형 작품의 주연을 맡는 바람에 시간의 흐름을 알아차릴 여유조차 없었다.

당초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한 작품의 주연배우를 맡다보니 그동안의 음악적 스타일에 변화가 주어진 것이다.

그 때 그 때 주어진 작품에 참여하기보단 올해는 창극 관련 작품에 매진할 예정이다.

부족한 소리공부도 더 해야 한다.

다양한 대회에 출전해 본인의 실력도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정립해야 한다.

더 많은 담금질로 자신만의 싸움에 나가야 한다.

“유명한 소리꾼보다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하는 소리꾼이 되고 싶다. 관객들과 함께하고 서로 소통하며 마음을 나누는 소리꾼에 이름 석 자를 올리고 싶다. 앞으로 많은 관심을 바란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