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경보 닷새째 이어져
소규모 점포 절반 문닫아
작년比 이용객 크게 줄어

16일 연이은 폭염에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버린 전주시 남부시장 내 생선가게에서 주인이 생선에 달라드는 파리만 쫓고 있다./김현표기자
16일 연이은 폭염에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버린 전주시 남부시장 내 생선가게에서 주인이 생선에 달라드는 파리만 쫓고 있다./김현표기자

“지독히도 더운 날씨에 누가 전통시장 오겠느냐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없을 줄은 몰랐어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긴 하지만 정말 파리만 날리네요.”

살갗이 따가울 정도로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16일 오전 9시 전주시 남부시장.

짧은 장마 이후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폭염으로 인해 시장은 그야말로 ‘개점휴업’ 상태다.

평소 같으면 새벽에 도매시장이 열린 뒤 소매상인들이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장을 보러 온 50~60대 주부들로 북적일 시간이지만 일찍 찾아온 폭염으로 침체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닷새째 이어지는 폭염경보에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이 줄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직접 가보니 없어도 너무 없었다.

상인들은 활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된 듯 보였다.

채소를 전문적으로 팔고 있는 한국상회 주인은 아직 마수걸이도 하지 못했다며 “이달 들어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보통 여름과 겨울이면 전통시장 특성상 비수기는 하지만 올해는 유독 심하다”면서 하소연했다.

인근의 경인상회, 자매상회 등의 사정 역시 다르지 않았다.

상인 대부분 연이은 무더위와 매출 하락에 지쳐서 그런지 예민해 보여 말을 걸기에 눈치가 보였다, 한 상인은 더운 바람만 나온다면서 애꿎은 선풍기에 화풀이를 해댔다.

늘 북적였던 55번, 11번 생선집 부근 역시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특히, 55번집에 진열된 생선은 갈치, 갑오징어 등이 전부일 뿐 진열대 1/3은 텅텅 비어 있었다.

여름이라 생선을 밖에 진열해 두지 않는 탓도 있지만 사러 오는 사람이 없어 물량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손을 놓은 채 파리만 쫓고 있는 55번집 주인은 “팔리지도 않을 생선을 가져 놓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 소금이며 얼음이며 유지비만 많이 든다”며 “메르스 때보다 더 장사가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천변에 즐비한 소규모 점포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폭염과 오지 않는 손님으로 인해 절반가량이 아예 문을 열지 않은 것이다.

매곡교의 노점상 역시 마찬가지였다.

빛이 바랜 파라솔이 만들어준 그늘에 몸을 숨기고 있을 뿐 활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30여 분 동안 천변과 매곡교 부근의 상가를 돌아다녔지만 상인들 외에 장바구니를 든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시장 안쪽의 사정은 조금 낫겠지 싶어서 안으로 들어갔지만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남양주단, 깨배기 주단 등은 여름 이불을 잔뜩 진열하며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었지만 얼굴에는 피로감이 가득했다.

그나마 남부시장 내 전국구 맛집으로 꼽히는 A 콩나물국밥집과 B 순댓국밥집은 조금이나마 북적였다.

하지만 두 집 모두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손님도 매출도 반 토막 났다면서 더워도 정말 지독히 덥다 보니 관광객마저 발길이 뚝 끊긴 상대라며 울상을 지었다.

B 순댓국밥집 직원은 “이제 삼복더위가 시작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더울지 걱정이다”며 “휴가철도 본격 시작됐는데 지금 이 분위기라면 올여름 장사는 다 한 것 아니겠냐.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워 시장 분위기가 침체됐는데 앞으로는 더 그럴 것 같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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