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에 열광하고 ‘단짠단짠’에 열광하는 현대인들.

우리는 언제부터 음식 앞에서 약해지게 되었을까.

‘맛의 배신’은 오늘날 맛 산업이 정교하게 짜놓은 거대한 가짜 맛의 매트릭스를 직시하고 음식과 인간 간의 건강한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한 책이다.

저자 유진규씨는 20년 가까이 환경 다큐 전문 PD로 일해 왔다.

원래 마른 체형이었음에도 중년이 되면서 배가 나오고 갈수록 음식의 유혹을 참지 못하는 원인을 파헤치면서 자신의 몸을 실험 도구로 삼아 5년간 각종 다이어트와 건강식 실험을 해본다.

끝없는 실패와 좌절을 거쳐 마침내 찾아낸 결정적 열쇠는 다름 아닌 ‘맛’과 ‘향’.

현대 식품 산업의 기술력은 이제 단 몇 주면 자연의 거의 모든 향을 모방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학적 향은 음식에 덧씌워져 오랜 진화를 통해 형성된 인체의 향미 시스템을 속이고 몸이 필요로 하는 이상의 음식을 먹게 만든다.

저자는 우리가 잃어버린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지혜를 회복하는 것이 가짜 맛의 매트릭스를 벗어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단언한다.

달콤한 가상의 맛 세계에 안주할 것인지, 고통스럽더라도 향미가 인도하는 진짜 맛의 지도를 찾아 나설 것인지,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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