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먹-안락의자 비치 자연 감상
전주기록물-주크박스 등 꾸며

전주시내 중심도로인 객사 앞 충경로 600m 구간의 차량 이동을 통제하고 시민이 함께 어울리는 문화행사가 열렸다.

자동차가 사라진 충경로는 오로지 사람과 문화로만 가득 채워져 시민들을 위한 휴식,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 됐다.

전주시는 지난 29일 오후1시부터 7시까지 이 구간에서 2018 충경로 차 없는 사람의 거리를 운영했다.

‘시민 공원 만들기’를 주제로 꾸며진 이날 행사는 시민에게 자동차가 오가던 도로를 내어주며 여유롭게 걷고, 앉아서 쉬고, 누워서 책 읽고, 음악을 감상하는 등 바쁜 일상에서의 ‘쉼’을 찾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올해는 오감을 자극하기 위한 문화행사 보다는 교통을 위한 기능을 일시 정지하고, 공간을 비워 ‘차 없는 사람의 거리’ 의미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이를 위해 별도의 행사부스를 설치하지 않고 최소한의 해먹과 안락의자 등만을 배치해 자유롭게 충경로의 가로수나 하늘을 감상하도록 했다.

전주시 서학동에서 온 한승헌씨는 “안양에서는 매주 주말마다 시청 뒤 도로를 막고, 시민 공간을 만든다”며 “객사나 한옥마을이 가까운 충경로에서 쉴 수 있다는 게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화가 서서히 자리매김하게 된다면 나중에 시에선 차량만 통제해주고 도로 안의 콘텐츠는 시민들이 채우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도로 블록마다 여러 콘텐츠를 풀어놓은 행사장은 시민들이 눕고, 쉴 수 있도록 조성한 ‘교통체증’ 공간부터 그동안 수집했던 전주의 오래된 사진과 기록물 등을 전시하는 ‘전주정신의 숲’, 야외공간에서 즐기는 음악 ‘주크박스’,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한 ‘책과 사람’, 누구든 자유롭게 연주하고 노래 부를 수 있도록 꾸민 ‘뮤직거점’ 등 다채로웠다.

특히 전주의 오래된 사진과 기록물 등을 전시해 시민들에게 추억과 향수를 선사한 전시공간은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송천동에서 온 김영씨는 “옛날 물건과 그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추억들을 이곳에서 마주하게 되니까 기분이 묘하다”며 “아들은 전시된 물건들이 신기해서 자꾸 이것저것 묻고, 저는 잊고 있던 물건들을 다시 보니 반가워서 기분 좋게 구경했다”고 말했다.

또 에어 바운스와 해먹은 행사장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으며, 누구든 자유롭게 연주와 노래를 할 수 있도록 꾸며진 ‘뮤직거점’은 청년들이 몰려들어 그 열기가 뜨거웠다.

하지만 차량통제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불만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한 시민은 “전주영화제작소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두 번이나 이유없이 막아세웠다”며 “어디로 가는지 묻지도 않고 무턱대고 막는 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 애초에 충경로에서 행사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로 가는지 물어본 뒤 차를 막아세웠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진북동에서 온 또 다른 시민은 “충경로를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는 좋은데 뭔가를 파는 것도 아니고, 해먹이랑 의자 몇 개 갖다 놓고선 이 긴 도로를 몇 시간씩 막는 게 맞는 건가 싶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차 없는 사람의 거리’는 오는 12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거리 행사를 연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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