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를 노리는 소설가 박상호가 겪는
내적 갈등 속 인간의 이중성 꼬집어

제8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전혜정 작가의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다산북스)’이 발간됐다.

권력과 욕망의 역학 관계를 세밀하게 드러낸 소설은 장기 집권을 꾀하려는 최고 권력자 리아민과 재기를 노리는 소설가 박상호, 특종을 원하는 일류 정치부 기자 정율리, 베스트셀러 출간이 절실한 출판사를 등장시키며 자신의 욕망을 위해 서로를 맹렬히 탐하고 이용하는 권력의 민낯을 낱낱이 보여준다.

과거 베스트셀러의 유명세를 부여잡고 재기를 노리던 소설가 박상호는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대통령 관저로 불려간다.

그곳에서 마주한 독재자 리아민은 자신의 미화된 전기를 의뢰하고, 이후 박상호는 리아민과 몇 차례의 만남을 이어가며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기를 써나간다.

작가 박상호의 자전적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리아민이 던진 미끼를 물어 얻을 수 있는 명성과 작가로써의 명성 등 권력을 지켜내고 싶은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독재자 리아민은 방종한 처녀가 낳은 사생아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갖고 있다.

개천에서 난 용으로 사회 최하층이란 구조적 희생자 위치에서 벗어나 지극한 애민사상을 내세운 권력자가 되면서 사회구조적 파워게임에서 승자가 된다.

이후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전기 출판을 진행하고 진정한 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자발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여론 형성을 꾀하기 시작한다.

강인한 의지와 결단 더불어 인간미를 지닌 진정한 대통령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왜곡된 기억 속 자신의 이미지 포장에 혈안 된다.

선도 악도 선택도 결과도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는 인물들의 상황 속에서 인간 욕망의 이중성을 밀도 있게 그려낸 전혜정 작가의 필력이 눈에 띈다.

“밤새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는 기왕 마리오네트가 될 바엔 확실하게 내 역할을 다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이런 짜증나는 상황에서도 다행인 것은, 나도 리리궁의 이 프로젝트에서 내가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하기만 하면 어느 정도의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었다(본문 275쪽)” 소설은 자신이 지향하는 곳으로 곧장 걸어가지 못하고 권력의 노예가 되기를 자처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허약함을 조명한다.

손에 쥔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순간 택한 욕망을 자기합리화로 포장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해나가는 인간의 모습이 씁쓸하게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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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인물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허황된 권력으로 꾸며진 인간의 이기심과 이중성을 꼬집으며 선과 악, 그리고 선택과 결과에 대해 과연 절대적인 기준과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묻는다.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한 작가 정혜정은 2007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단편소설 ‘해협의 빛’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펴낸 작품으로는 소설집 ‘해협의 빛’과 장편소설 ‘첫 번째 날’이 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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