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공인중개사 3000명 넘어
폐업에도 신규개업 줄이어
경기침체 장기화 영향 직결
자격제한 없어 언제든 개업

“주택매매 거래가 한 달에 한 번도 없을 때가 많아요. 그나마 전월세 거래가 조금 있기는 한데 그것도 가뭄에 콩나듯 하지요. 하지만 신규 공인중개사는 계속해서 생겨나니 먹고사는데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고 있는 A모씨의 푸념섞인 말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전북지역에 주택매매 거래가 ‘실종’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신규로 개업하는 공인중개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북지부에 따르면 도내 공인중개사는 올해 10월말 현재 3035명에 달해 전북도 ‘공인중개사 3000명 시대’를 열었다.

전북도내 공인중개사는 지난 2016년 2701명, 2017년 2880명을 넘어선 이후 빠른 증가세를 보이다가 올들어서 3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전북지역에서는 올들어 무려 335명의 공인중개사가 신규로 개업했다.

상대적으로 같은 기간 폐업(225명)이 줄을 이었지만 공인중개사의 인기는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가실줄(?)을 모르고 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의 실상을 들여다 보면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인중개사가 3000명을 넘기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주택매매시장의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A씨는 “주택매매 거래가 한 달에 한 건도 힘들 정도예요.

그런데 공인중개사 수는 최근 3년째 300여명씩 신규로 개업을 하고 있죠.

상대적으로 200여명씩 폐업을 하고 있지만 순 증가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보니 서로 제살깎아 먹는 식이 되버렸습니다”라고 하소연 했다.

그는 “일감이 없는 사무실에 2~3명이 모여 앉아 한나절을 보내다 보면 금방 하루가 지나가곤 해요.

다들 가정이 있고 생계를 이어가야 할 텐데 거래가 실종이니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들의 이 같은 상황은 부동산 경기의 장기 침체와 직결되고 있다.

또 다른 B공인중개사는 “요즘 같은 부동산 불경기는 살다 살다 처음 겪어보네요.

매매 거래가 거의 없다보니 가뭄에 콩나듯 하는 전월세에 의지해 겨우 생활을 유지하고 있죠.

토지거래도 그럭저럭 있는 편이어서 그나마 조금씩 보탬이 되곤 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어렵다보니 공인중개사에 뛰어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또다른 경쟁자를 만난다는 점에서 힘든 구석이 많다”고 속내를 꺼내놓았다.

이처럼 거래물건이 급감했는데도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침체에서 어떻게든 탈출해보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후를 준비하는 중장년층과 취업난에 힘들어하는 젊은 층까지 가세하는 이유다.

또 공인중개사 자격 취득에 학력 제한이 없는데다 만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고, 자격증을 딸 경우 언제든지 개업이 가능하다는 것은 제도적 원인이다.

박재수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북지부장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거래 실종이라는 말 조차 무색하다”며 “문재인 정부들어 부동산 정책이 조금씩 안정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신규 중개사들이 계속해서 배출되는 구조 속에서 많은 영업이익을 얻는다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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