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겸하며 18년간 글쓰기
전업 후 첫 작품 '웃는연습'
백석문학상 수상··· 일상의
소소한 것들 시의 시작돼

“백석은 작금의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꼽히기도 했거니와 제가 안쪽 깊은 곳에 품고 있는 시인 중 한 사람 이라서 여전히 좀 떨리네요.”

제20회 백석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박성우(48) 시인이 최근 인터뷰 메일에서 전한 소감이다.

18년간 글을 쓰며 살고 있는 박 시인은 자신을 “이불 개고 책상 앞에 앉으면 출근이 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사실 아무도 제 출근에 대해 직접적으로 간섭을 하지 않아요. 그래서 더더욱 지각이나 결근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딱히 부지런을 떨거나 하지도 않는 ‘전업시인’으로 지내고 있어요”

1971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시인은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웃는 연습’ 등을 펴내며 시인으로써 입지를 다져갔다.

뿐만 아니라 동시집 ‘불량꽃게’, ‘우리 집 한바퀴’, 청소년 시집 ‘난 빨강’, 그림책 ‘암흑식당’, 산문집 ‘박성우 시인의 창문엽서’ 등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만나왔다.

박 시인은 한 때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한동안은 강연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다녔다.

시 쓰기 이외의 것들에 집중했던 지난날을 뒤로 한 채, 애써 심심하게 살기 위해 몰두한다는 그가 본격 전업시인이 되면서 내놓은 시집이 바로 백석문학상 수상작 ‘웃는 연습’이다.

그는 ‘어떻게 사는 삶이 과연 아름답고 귀한 삶인가’에 대해 수없이 질문하면서 쓴 시편들로 시집을 채워갔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다 보면 꼭 기쁘거나 즐거울 때만 웃는 건 아니잖아요. 먹고 살아야 하기에 자존심이고 뭐고 꾹꾹 눌러 죽이고 웃는 표정을 지어야 할 때도 적지 않고요. 마트에서 계산하는 일을 하시는 분들이나 콜센터에서 상담하시는 분들의 경우만 해도 손님이 트집을 잡아내는 상황에서 상냥하게 웃어야 하죠. 어쩌면 이 시집은 독자들이 ‘가짜 웃음’이 아닌 ‘진짜 웃음’을 한껏 해맑게 보이며 소소하게 행복한 하루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펴냈는지도 모르겠어요”

손석희의 앵커 브리핑에 나오기도 했던 ‘마흔’이라는 시 구절에서 따온 시집의 제목 ‘웃는 연습’은 아름답고 귀한 삶이 어떠한 삶인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자,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시편들의 분위기를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고 했다.

평범한 일상이나 주변에서 소소한 것들로부터 시가 시작된다는 박 시인은 어쩌면 가장 좋은 시는 우리가 아무것도 아닐 거라 여기며 흘려 보내는 어떤 지점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 같은 경우에는 누군가 툭 던진 한마디 말에서 시를 발화하기도 해요. 근래엔 오후 세시 무렵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당당하고 뻔뻔하게 먹을 걸 내놓으라고 큰소리치는 고양이가 저의 큰 관심사죠. 찬찬히 고양이와 나와의 거리와 관계를 생각하고 상상하고 또 걱정도 하다 보면 새삼 신비롭다는 느낌에 젖게 되는 것 같아요.”

의도치 않게 다가온 일상의 상황이나 사건을 무던히 받아들이면서도 단비로 경작한 천수답처럼 희귀하고 특별한 시편들을 발화시키는 시인이지만 18년을 ‘시인’으로 산다는 게 그리 녹록하지 않았을 거라 짐작했다.

그러나 박 시인은 “시를 쓰면서 크게 힘들었던 적은 없다”고 단언한다.

“처음엔 밥을 벌어야 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지만 그거야 뭐 밥을 위해 하루 여덟 시간 노동을 더 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요. 운이 좋게도 저는 외로움이나 쓸쓸함을 아주 잘 견뎌내요”외로움도 스스로 감내하고 이해하는, 뼛속까지 ‘시인’의 기질이 다분한 그의 마음을 읽다 보니 왠지 숙연한 기분마저 들었다.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좀 더 고요하게 깊어지면서 사는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겠다는 시인은 “당분간은 지금까지 해온 대로 애써 심심하게 사는 조용한 삶을 이어 갈 것 같다”고 전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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